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언론이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이자 외무장관인 아웅산 수치가 집권 후 첫 회담의 대상으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급)을 선택했다며 중국과 미얀마의 '밝은 미래'가 열렸다고 자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5일 논평을 통해 5일(현지시간) 아웅산 수치가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찾은 왕 부장과 1시간 가량 면담했고 두 사람이 중국과 미안먀의 우호관계와 협력 강화의 중요성에 뜻을 모았다고 5일 보도했다.
또, "중국 주변국은 전반적으로 정권교체 빈도가 잦은데 중국과의 우호관계는 정당정치, 파벌전쟁을 완전히 뛰어넘어 대부분 지속돼왔고 미얀마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협력 관계 지속을 확신했다.
중국과 미얀마의 협력 강화가 미얀마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미얀마의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은 험난한 여정으로 이 길을 걸어가는데 중국은 하늘이 주신 최고의 파트너"라며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최대 무역국이자 투자국으로 미얀마 역시 중국과 함께 번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제도 등의 차이가 있지만 중국은 이를 절대 간섭하지 않고 존중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환구시보는 "NLD의 정권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진 것을 중국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중국은 내정불간섭 외교 원칙을 준수하며 미얀마 정권과 정치제도의 자주성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도 수치와의 만남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경보(新京報) 6일 보도에 따르면 왕 부장은 미얀마어로 형제를 의미하는 '바오보(음역)'를 거듭 언급하며 양국의 오랜 우호관계를 강조했다. 또, "중국과 미얀마의 정치·사회제도는 다르지만 중국은 미얀마 정책이나 내정변화에 상관없이 향후 협력과 발전의 길만 모색할 것"이라며 "고위급 회담을 열고 전방위적으로 상호협력과 교류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수치도 이에 공감했다. 수치는 "미얀마와 중국은 이웃국가로 미얀마는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 중국의 소중한 도움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미얀마의 국가평화와 화합, 안정적 발전의 길에 중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중국과 미얀마가 거리좁히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양국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중국은 야침차게 추진을 선언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조성을 위해 미얀마와 협력이 필요하다. 미얀마 입장에서도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하고 고속 성장을 이루기 위해 중국의 '막대한' 투자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거 중국은 미얀마가 군부독재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을 당시 군부를 지지하며 경제지원과 투자에 나섰고 미얀마 최대 교역국이자 투자국으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미얀마가 개혁개방으로 정책 방향을 틀면서협력 관계에 잡음이 일었다. 이에 중국은 집권이 유력한 아웅산 수치를 지난해 6월 국빈으로 초청해 협력 강화 의사를 전했다.
수치가 첫 회담 대상으로 중국을 택한 것은 이러한 정치·경제적 상황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전까지는 수치가 군부를 지지했던 중국보다는 친서방 외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수치는 지난해 총선에서 NLD를 이끌고 의석 약 80%를 차지하며 미얀마 최고 실권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군부가 헌법 규정을 이유로 수치의 대통령 임명을 반대하자 일단 최측근을 대통령으로 앉히고 외무장관과 대통령 실장을 맡았다. 수치의 자유로운 국정 운영을 위해 미얀마 의회는 '국가자문역' 신설법안을 승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