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입김으로 일반 가맹점 수수료 인상 계획이 무산되는가 하면, 핀테크 업체들까지 결제사업을 넘보고 있어 사실상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생존 차원에서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 내에서는 사실상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시작된 가맹점 수수율 인하로 카드업계는 연간 수천억원의 손해를 떠안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에 대해 신용카드는 0.7%포인트, 체크카드는 0.5%포인트 낮추기로 발표했다. 이로 인해 카드수수료 부담은 한 해 약 6700억원이 절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 금액만큼 순익이 줄어드는 꼴이 된다. 이미 신한카드, 삼성카드는 지난 2011~2012년 카드수수료율이 평균 0.24%포인트 내려갔을 때 2013년 순이익이 2011년보다 25.5% 급감했다.
핀테크 역풍도 만만치 않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각종 간편결제서비스가 나왔지만 카드 시장을 뒤흔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삼성페이가 등장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기존 마그네틱 카드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삼성페이는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며 오프라인에서도 스마트폰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로 삼성페이 가입자 수는 지난 10월 100만명에서 12월 200만명으로 두 배 늘었다. 같은 기간 결제 금액은 총 1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세 배나 뛰었다. 폭발적인 성장세다.
정훈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결제는 장기적으로 플라스틱 카드 사용 비중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가 없어도 신용카드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인허가지침 일부개정규정안’을 의결하면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카드사업이 조심스레 예견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전자지불결제를 연계한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들면 기존 카드업계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악의 불황이 예상되면서 인력감축, 해외진출, 신사업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수는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의 매각설이 불거져 나오는 등 카드업계가 사실상 생사기로에 놓인 만큼, 탈출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