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전통 한약처방인 십전대보탕을 발효시켜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과 노화에 따라 감퇴되는 학습 및 기억력을 개선시키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이 25일 밝혔다. 해당 기술은 선급실시료 1억6000만원에 기술이전 되면서 향후 알츠하이머 등 치매 치료에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 따르면 마진열 한의기술응용센터 센터장 연구팀은 전통 한약처방 십전대보탕을 발효시켜서 새로운 뇌신경세포 생성을 약 83% 개선시키는 데 효능이 있는 신소재(이하 FSJ)를 개발했다. 십전대보탕은 인삼, 백출, 복령, 감초, 당귀, 천궁, 작약, 숙지황, 황기, 육계로 구성된 전통 한약처방을 말한다.
먼저 연구팀은 수중미로실험에서 실험쥐가 수조에서 숨겨진 섬을 찾아가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해 학습 및 기억력을 평가했다.
이어 연구팀은 수동회피실험에서 습관적으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려는 쥐의 습성을 활용해 어두운 방에 들어가게 되면 전기자극을 받는다는 기억을 심어 준 후 실험쥐가 밝은 방에서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는데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총 180초 중 정상군은 161.1초, 유도군은 73.8초를 밝은 방에서 머무른 반면, FSJ실험군은 167.7초 동안 머무르면서 FSJ가 손상된 기억력 회복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한 각 실험 그룹에 대한 해마신경재생성(새로운 신경세포의 형성)을 확인한 결과, 유도군에서 감소된 해마신경재생성이 FSJ실험군에서 약 83%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신소재는 선급실시료 1억6000만원(경상실시료 순매출액 3%)에 알파바이오로 기술이전됐다.
퇴행성 신경질환(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과 혈관성 치매(뇌혈관 질환)는 학습 및 기억력 장애를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248명의 인지기능을 검사한 결과 31.5%에게서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났다. 특히 85세 이상 연령군의 경우 52.5%에게서 인지저하가 나타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인지기능 저하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시도되고 있는 기억력 개선제 및 치매 치료제는 병변을 완전히 없애거나 차단하는 치료효과가 아닌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만 있다. 위장질환, 식욕감퇴, 불면 등의 약물 부작용을 내재하고 있어 치료제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감소된 기억력 및 신경세포 형성을 회복시키는 데 효능이 있는 신소재가 개발·기술이전돼 기억력 및 인지기능 저하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는 노년층 및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마 센터장은 “이번 신소재는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한약재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발효를 통해 새로운 효능이 생성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존 한약재 및 한약처방에 발효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효능을 밝히는 연구를 통해 창조경제 실현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