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 움직이는 색깔의 힘

2016-01-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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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우리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는 정보들을 오감(五感)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색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색의 비밀’ 저자 노무라 준이치에 따르면 오감 가운데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7%에 달한다.

시각 중에서도 색깔이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 색채학자 루이스 체스킨은 “인간을 색채를 감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보는 색을 수치화하고 우리에게 인지된 색이 감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객관화하는 학문도 있다. 바로 색채과학(色彩科學)이다. 색깔의 특성이 우리 주변 및 산업에 적용된 사례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 눈은 380nm~780nm 파장대인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인지한다. 광원(光源·태양, 전구 등 스스로 빛을 발하는 물체)으로부터 반사된 빛이 눈에 들어와 색을 결정한다. 망막 중앙에 있는 원추세포는 이 빛 중 빨강, 초록, 파랑(RGB)의 빛만 받아들인다. 원추세포가 흡수한 빛을 화학반응을 일으켜 뇌로 전달되고 뇌는 이 세 가지 빛을 혼합해 여러 가지 다른 색으로 구별한다.

인간의 색채 인지를 기계적으로 측정한 국제표준도 있다. 1931년 국제조명위원회(CIE)는 최초로 삼색을 X,Y,Z값(각 빨강, 초록, 파랑과 비슷한 색)으로 표현해 수학적으로 정의한 국제표준 ‘CIE 1931 XYZ 색공간’을 만들었다.

색채의 힘은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맥도날드, KFC, 롯데리아 등 패스트 푸드점의 공통점은 ‘빨간색’이다. 매장 실내장식, 간판, 포장지 색깔이 모두 따뜻한 붉은 계열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피버 버렌은 ‘색채 심리학’에서 붉은색은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두뇌 화학물질을 만들어내고 단맛을 느끼게 해 식욕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정치판에서 색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쓰인다.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이민형 씨는 2013년 석사학위 논문 ‘정당의 색채 이미지에 대한 유권자 태도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 “정당 색채의 상징성과 후보의 성향이 일치할수록 그 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색은 사람의 성격도 바꾼다. 1950년대 진행한 색채 심리학 실험에서 미국의 한 교도소 건물 내부와 취조실을 분홍색으로 칠했더니 난폭했던 재소자들이 부드러워지고 온순해졌다.

자동차 색상과 사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 수 퍼니스 박사 연구팀이 1998∼99년 오클랜드 지역 운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른 색과 비교해 빛을 더 많이 반사하는 은색 차량이 사람들 눈에 잘 띄어 사고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위험한 차의 색은 갈색이었다.

색깔은 브랜드나 제품 이미지를 나타내는 기호 역할도 한다. ‘녹색’의 대명사가 된 소주병은 원래 투명하거나 연한 하늘색이었다. 그러다 1994년 롯데주류(구 두산경월)에서 초록색병의 ‘그린소주’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그린소주’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이 팔렸고 수도권 점유율 50%를 넘겼다.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데에는 녹색이 순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줘 간에 시각적으로 부담을 덜 줄 것 같은 소비자들의 심리가 한몫했다. 이후 다른 주류 업체들도 소주를 녹색병에 담아 팔았다.

포카리스웨트의 파란색, 코카콜라의 빨간색, 코닥의 노란색은 ‘산타클로스는 빨간 옷을 입는다’는 인식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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