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추진하던 '험지(驗地) 출마론'의 힘이 빠지게 됐다. 보수진영의 차기 미래권력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7일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출마를 강행했다. 김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같은 날 서울 마포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탈당이 임박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이지만, 당 내부에서는 안 전 대법관이 김 대표의 의중과는 다른 지역을 선택했다는 말도 나오는 등 여권 전체가 후폭풍에 휩싸인 모양새다. 이에 따라 20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여권 갈등의 화약고가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오 전 시장과 안 전 대법관이 출마 기자회견을 한 서울 여의도 당사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 전 시장이 이날 "종로에서 총선 승리를 이끌 것"이라고 총선 출마를 공식화하자, 경쟁자인 박진 전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는 대권을 위한 정거장이 아니다. (당 지도부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후보는 당에 해당행위를 하는 셈"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안 전 대법관도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도울 것"이라며 마포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선거를 준비하던 친이(친이명박)계 강승규 전 의원과 그의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강 전 의원은 안 전 대법관을 향해 "험지가 아닌 양지(陽地)를 택한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강 전 의원 측은 김 대표가 안 전 대표의 마포갑 출마를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서울 동작갑(전병헌 더민주)을 비롯해 △광진갑(김한길 국민의당) △광진을(추미애 더민주) 등 거물급과의 대결을 피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대표의 총선전략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오세훈·안대희, 경선 넘어도 野 '정세균·노웅래'와 승부 남아
새누리당 총선 예비후보 경선 룰 원칙은 '일반국민 70·당원 30'이다. 다만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100% 국민 여론조사(영입 인재에 한정)'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공천 룰 조정이라는 화약고가 남은 셈이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무책임·무능·무대책의 '3무(無)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전 시장과 안 전 대법관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야권의 정세균(5선)·노웅래(재선) 의원의 벽을 각각 넘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제16∼19대 총선 결과, 종로에서는 여당이 3승 1패로 우세했다. 하지만 여당이 압승한 19대 총선에서는 정 의원(52.30%)이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45.90%)를 크게 앞섰다.
마포갑은 현재 여당이 16대·18대, 야당이 17대·19대 총선을 각각 이겼다. 가장 최근 총선인 19대에선 노 의원(54.30%)이 신영섭 새누리당 후보(42.80%)를 꺾었다. 노 의원은 "마포 하늘이 높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