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17일 해제됐지만 이란과의 결제는 당분간 현재처럼 원화 결제를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금융거래 때 필요했던 한국은행의 허가는 즉각 중단됐지만, 미국의 제재법령 때문에 달러화 사용이 계속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돼도 이란과의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사용은 앞으로도 불가능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란 제재에 따라 정부는 2010년 9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등 이란의 102개 단체과 개인 24명을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해 금융거래를 중단했다. 아울러 대(對) 이란 금융거래 시에는 사전 허가제를 도입했다.
다만 정부는 대이란 대금 결제 애로를 없애기 위한 보완조치로 국내 은행(기업은행, 우리은행)에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를 개설해 대이란 수출입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도록 해 교역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서 원화 결제 시스템이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현재로선 이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란과의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며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가 완전히 해제된 것은 아니다"며 "현재 원화 결제 시스템은 환 위험이나 수수료도 없어 우리 기업에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미국, 이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유로화 등 다른 국제 통화를 활용할 수 있는 결제체제를 조속히 구축해 이란과의 교역·투자 정상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이란 금융거래에 대한 한국은행의 허가제는 폐지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 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허가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다만 기재부는 지침 개정에 상당한 시일이 드는 만큼 우선적으로 기재부 장관 통첩을 통해 이날부터 허가제 시행을 일시 중단시킨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란과의 거래에서 달러화로 결제하거나 송금하는 것은 미국 제재법령에 어긋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라며 "특히 중계무역의 경우 대이란 거래와 관련된 제3국 기업과의 금융거래에 달러화는 사용할 수 없으며 거래은행에 중계 무역임을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