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아니다. 아베총리 역시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본인 입으로 사죄하라"는 오가타 의원의 요구에 아베 총리는 "외교장관 사이에서의 회담도 있었고, 나와 박 대통령 사이에서도 말씀을 전했다"며 "그것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결국 본인의 입을 통한 사죄는 하지 않았다. 다만, 위안부 소녀상이 적절히 이전될 것이라는 발언만 내뱉으면서 일본 정부는 과거 돌아보기가 아닌 벗어나기에만 힘을 실었다.
지난해 연말 양국이 갑작스럽게 합의한 '위안부 협상'이 발표됐을 당시, 외신들은 긴급 소식으로 다뤘다. 수십년간 양국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던 문제의 해결은 '놀라운 뉴스'였기 때문이다.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당시 통신사들은 '완전한 합의'가 진행되었다면 양국 관계의 역사적 걸림돌이 제거되는 것이 될 것이라는 평가들을 전했다. 그러나 자세한 합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외신 및 인권단체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작 사과의 대상이어야하는 위안부 여성들이 철저히 배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양국의 합의에서는 일본의 법적·도덕적 책임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정치인들은 과거 벗어나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쯤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아베 총리를 대신해 대독한 사과문 중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이 진심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
사실 사과를 내세운 합의에서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단어를 내세웠다는 것 자체가 과거를 어서 지우고자 하는 일본의 속내를 일찌감치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류에 대한 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과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한일 양국 사이, '망언의 시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