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계륵’···동부제철의 미래는?

2016-01-12 17:11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16년 철강업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동부제철의 미래가 여전히 안개속이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업체들은 한사코 “관심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지만, 너무나 적극적인 부정하는 모습에 “진짜 관심이 없다”와 “여러 정황을 탐색하고자 하는 숨은 의도다”,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한 작전의 일환이다” 등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동부제강은 철강업계의 ‘계륵’과 같은 존재다. 2012년 기준 동부제철의 조강생산 능력은 300만t으로 국내 전체 조강생산 능력(7975만t)의 3.8%를 차지했다. 또한 동부제철의 생산능력은 포스코(4177만t), 현대제철(1906만t), 동국제강(357만t), 세아베스틸(310만t)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당시 동부제철의 경영난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생산 면에 있어서는 최전성기를 구가할 때였으며, 이후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고 인천 공장 분사, 당진 열연공장 가동 중단 등을 거쳐 조강생산능력은 큰 폭으로 줄었지만 동부제철은 업계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인수하면 현대제철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고, 현대제철이 주인이 되면 포스코를 더욱 더 압박할 수 있다. 동국제강이나 세아베스틸이 동부제철을 인수할 경우 두 회사를 견제할 수 있는 확실한 3위 업체로 발돋움 할 수 있다.

한국철강(2012년 조강생산능력 166만t), 대한제강(140만t), YK스틸(120만t), 세아창원특수강(구 포스코특수강, 120만t), 환영철강(800만t) 등 후순위 업체도 동부제철을 품에 안으면 역시 3위권으로 뛰어 오를 수 있다. 동부제철이 꽃놀이패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14년 9월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동부제철의 가치를 분석한 결과 존속가치는 2조4000억원으로 청산가치 1조8000억원보다 많아 회사를 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임직원 희망퇴직 및 당진 열연공장 가동중단,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서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채권단의 명분은 세워진 셈이다.

이에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동부제철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후 빠르면 2월 중에 본 입찰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매각의 걸림돌은 향후 철강시황 전망이 어떻게 될 것이냐이다.

일단 전망에 대한 시각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동부제철의 주력 생산제품은 냉연강판, 아연도강판, 칼라강판, 석도강판, 강관, 형광, PEB 등이다. 이들 가운데 석도강판을 제외하면 인수 후보기업의 제품 라인업과 중첩된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설비투자에 장기간의 시간과 대규모의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향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볼 경우에는 약간의 무리를 해서라도 동부제철을 인수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채권단의 심정이 이렇다. 하지만, 인수 후보업체들은 글로벌 철강제품 공급 과잉이 향후 1~2년 더 지속될 것이라며 보수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그룹 등이 동부제철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못 박은 이유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업체들의 인수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철강사들은 한 때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를 타진했지만, 연초부터 중국 경기가 불확실성에 빠져 있는데다가 장기간 출혈 판매로 인한 수익성 악화, 업계 구조조정 진행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쉽게 손을 뻗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최소 1회 이상 동부제철 매각을 추진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매각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끝내 인수 희망업체가 나타나지 않고, 고부가가치 제품 부문으로의 라인업 전환 노력이 무산되며, 철강시황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은 데다가 중국의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동부제철의 시설은 과잉설비로 분류돼 청산이라는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철강업계는 인수·합병(M&A)을 통합 사업조정, 노후·비효율 설비 폐쇄 및 생산중단을 통해 지난 6년간 990만t(제강설비 기준)의 설비를 업계 자율적으로 정리했다. 여기에 동부제철이 정리대상에 포함된다면 상당한 수준의 생산 합리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 국가적 철강생산 능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청산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동부제철의 존폐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로 볼 게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수면 아래에서 동부제철 효과를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산업은 산업적 측면 못지않게 지역·국가경제적인 요소는 물론 심지어 정치적인 요소까지 반영되고 있다”면서 “결국 정부가 어떤 시선으로 동부제철을 바라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의 미래에 대한 방향이 잡힐 것이다. 업체들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