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신문 김종호 기자 = 지난해 정부의 광복70주년 특별사면에 대한 대가로 해당 건설사들이 약속한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재단 설립이 공염불에 그칠 위기다. 재단설립 등기 등 형식적인 절차는 마무리 단계인데 정작 중요한 2000억원 규모의 기금 마련에 건설사들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건설사들은 기금 모집 방식과 기간을 논의를 통해 추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사면이란 당장의 불은 끈 상황이라 곧바로 실현될 지는 미지수란 지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정부로부터 담합 관련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대림산업·대우건설 등 70여개 건설사들은 지난 11월 27일 발기인 총회 이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5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달 초 재단 설립 등기를 기다리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재단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정관과 사업계획 등 재단설립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치고 발기인 총회와 사무실 개소까지 끝난 상태”라며 “재단 설립 등기가 나는 대로 1월 중순 재단을 공식 출범한 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사업을 활발히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건설업계가 약속한 2000억원 규모의 기금 마련이 안돼 실제 지원사업은 요원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금 모집 방식이 아직까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간 건설업계는 각 건설사의 자발적 출연을 통해 기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국내외 건설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선뜻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기금을 자발적으로 낼 업체가 전무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 건설업계가 기금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기간을 밝히지 않아 실현 가능성을 놓고 얘기들이 많았다”면서 “일부 대형건설사를 제외하고는 과징금 및 손해배상 비용 마련도 어려운 상황인 데다, 올해도 해외건설을 중심으로 경기가 녹록치 않을 전망이라 의미 있는 액수를 낼 수 있는 건설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건설경기는 저유가에 따른 중동시장 위축, 신흥국 경기 부진으로 해외수주가 급감하고, 국내 공공공사 발주감소 등으로 인해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금 마련을 기존 자발적인 출연 방식에서 건설사 규모 또는 담합 수준별로 나눠 할당하거나, 3~5년 등 기금 마련 목표기간을 정하자는 의견도 해당 건설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좋지 않은 건설경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2000억원을 한 번에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게 사실”이라며 “국민과 약속한 부분이기에 건설사들이 이를 최대한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