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프로야구 결산 ⓷] ‘미라클’ 두산, 14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2015-12-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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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두산베어스 페이스북]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당하고 유네스키 마야가 퇴출된 후 대체 용병으로 들어온 앤서니 스와잭마저 부진했을 때 이미 두산 베이스의 정규리그 우승 레이스는 끝났을 지도 모른다. 용병타자 데이비슨 로메로는 존재감조차 희미했다.

하지만 일단 모든 팀들이 “가을 야구에 나가보자”라는 생각을 가지는 건 두산의 이런 ‘미라클’을 봐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록 14년만이라도 말이다.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 등 한 수위의 전력을 지녔다고 평가받은 강팀들을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장기전인 리그에서는 단순한 ‘강팀’이었을지 몰라도 단기전에서는 분명 KBO 최강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사실 두산의 계획이 초반부터 꼬인 시즌이었다. 1선발로 평가받던 에이스 니퍼트가 부상으로 겨우 90이닝을 던지며 6승5패 5.10의 성적을 거뒀다. 리그 초반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마야는 갑작스러운 부진으로 퇴출됐고, 이어 들어온 스와잭마저 92이닝을 던지며 5승7패 5.26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의 덕을 전혀 보지 못한 채 시즌을 치뤘다. 더군다나 마무리 윤명준과 불펜 투수들이 동반 부진해 팀 블론 19개로 리그 전체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팀 방어은 5.02로 리그 7위까지 쳐졌다.

하지만 두산의 토종 에이스 두 명이 팀을 든든히 받쳤다. ‘느린볼, 더 느린볼’로 상대를 제압하는 유희관과 지난 FA시장에서 거액을 주고 데려온 꾸준함의 대명사 좌완 장원준이 선발진을 지켰다. 유희관은 189.2이닝을 던지며 18승5패 방어율 3.94를 기록하며 1선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장원준은 후반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169.2이닝을 던지며 12승12패 4.08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활약으로 두산은 QS 58회를 기록(리그 3위)해 나름의 선발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불펜에서도 영웅이 나왔다. 초반 마무리 윤명준의 부진으로 갑작스럽게 마무리 투수가 된 이현승은 후반기 막강한 구위를 뽐내며 18세이브 2.89의 방어율로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또 노경은은 부상과 부진을 겪으면서도 팀의 위기 상황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현택, 함덕주와 같은 젊은 투수들도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타선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타자 잭 루츠가 퇴출된 후 들어온 데이비슨 로메로는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팀의 공격을 이끈 건 FA로이드를 맞은 김현수와 리그 정상급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였다. 김현수는 올해 타율 0.323, OPS 0.979를 기록했다. 광활한 잠실 구장을 쓰면서도 홈런 28개, 121타점을 쓸어 담는 힘을 보였다. 더군다나 볼넷을 101개 얻어 내는 동안 삼진을 63개만 얻어 내는 놀라운 선구안을 자랑했다. 양의지도 마찬가지다. 타율 0.326의 정확도를 뽐내면서 홈런 20개 타점 93개를 기록했다.

여기 김재호·민병헌·오재원·허경민·정수빈·박건우 등이 자신의 위치에서 짜임새 있는 야구로 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포가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갔다. 무엇보다 두산 타선은 기록에서 보이지 않는 팀 배팅에 능했다. 희생플라이가 60개로 리그 1위인 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두산은 팀 타율 0.290, 득점 807점 4위, 득점권 타율 4위, OPS 0.805로 4위 등으로 가을 야구에 적합한 공격력을 가지게 됐다.

사실 두산이 가진 전력으로는 외국인 선수 없이 정규시즌을 우승하기엔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든든한 선발진과 마무리 그리고 장타력은 부족해도 응집력 있는 타선은 단기전에 최적화 돼 있는 전력이었다.

더군다나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온 니퍼트는 쉰만큼 강력한 구위를 뽐내며 29이닝을 던지며 4승 2자책점을 기록하는 괴물같은 모습을 보였다. ‘에이스’ 유희관이 부진했지만 장원준이 23.2이닝 3승 7실점의 준수한 피칭을 선보였고, 마무리 이현승은 무려 10경기에 등판해 13이닝동안 1점(비자책)을 내주며 1승1패4세이브의 성적을 거뒀다.

또 가을 야구 들어 폭발한 정수빈, 민병헌, 허경민 등의 소총 부대는 김현수와 양의지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면 한국 시리즈 우승을 도왔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두산은 외국인 선수 선발에 애를 먹고 있다. 가을야구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진행 중이지만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자 중에 쓸만한 선수는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흉작으로 애를 먹은 두산 입장에서는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이 거의 확정된 김현수의 빈자리를 채울 외인 거포와 선발의 한축을 담당할 에이스급 투수의 영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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