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오랜 휴지기를 거친 후 예술계 돌아온 박영희를 축하하듯 많은 관람객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업계 관계자는 "광화문 동상을 제작한 김영원 작가를 비롯해 조각계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며 "이런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박영희 회고전에 참석한 홍익대학교 김영원 교수는 “대학원 입학 때부터 조각을 통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조각가로서의 지평을 넓힌 박영희 선생의 회고전에 대해 예술계 종사자들은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숙명여고와 홍익대학교를 거치며 당대의 유명 여류조각가 김정숙과 조각가 김경승, 윤효중에게 조각을 배운 박영희는 가장 촉망받은 조각가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홍익조각회, 미술협회, 숙란회, 한국 조각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생명력 넘치는 구성을 통해 휴머니즘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작품에 실현해왔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활동시기에 따라 크게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전기에는 여인의 육체라는 소재에서 활달한 동세와 강인한 생명력, 생생한 삶의 리얼리티를 담아냈다면 후기의 근작은 추상적인 성향이 짙게 드러나며, 입체적 공간과 한층 성숙해진 기교, 가식 없는 형태를 추구함으로써 절제된 자기감정의 승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이다.
인터뷰에서, 조각가 박영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여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 즉 ‘휴머니즘의 상용화’”라고 정의했다.
작품 활동은 쭉 해왔고, 이것을 여러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 전시를 마련했다는 박영희는 지금까지 여인상이나 이를 추상화한 작품들을 주로 발표해 왔으나, 앞으로는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고 싶다는 도전의지를 밝혔다.
그녀는 또한 “이번 전시가 삶을 정리하는 의미도 있겠으나 이번 전시를 새로운 도약으로 삼아 생의 방향 같은 전시를 하고 싶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끊임없이 조각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홍익대학교 김영원 교수는 “박영희 선생이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작품 활동을 잠시 멈추면서 후배 작가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그래서 이번 회고전에 대한 감회가 더욱 새롭고, 박영희 선생 특유의 열정과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