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윤정훈 기자 = 브라질의 악화된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이곳을 중남미 시장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보고 장기적인 투자에 나선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0일 “브라질 경제가 내년까지 호전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인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강등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브라질 시장이 침체되고 있지만, 소형차 HB20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브랜드 충성도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2년 11월 브라질 삐라씨까바에 연 15만대(현재 18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하고, 중남미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후 브라질 전략 차종인 소형 해치백 HB20을 성공시키며 판매에 가속도를 붙였다.
브라질에서 현대차 공장은 HB20만 생산하고, ix30(투싼), 엘란트라(아반떼) 등 수출 차종은 CKD(반조립)로 수입해 현지업체인 카오아(CAOA)가 생산과 판매를 담당한다.
HB20의 판매호조 영향으로 현대차의 브라질 판매량은 △2011년 11만4861대 △2012년 13만4938대 △2013년 21만2900대 △2014년 23만7134대로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급격한 침체는 현대차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현대차의 예상판매량은 20만대를 웃도는 수준으로 작년 대비 10~15% 감소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11월까지 판매량은 18만5157대(점유율 8.21%)를 판매해 피아트와 GM, 폭스바겐, 포드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11월에는 1만6583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2만1247대) 대비 약 22% 감소했다. 이는 브라질 내수시장 침체 영향으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도 같은 기간 약 34% 하락했다.
현대차는 불황에도 공장가동을 현재 24시간 3교대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브라질 판매가 단기적으로 주춤해도 중남미 수출에 용이하고, 소형모델 HB20과 SUV 투싼의 판매가 호조세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 내수시장의 침체영향으로 현대차도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점유율은 8~9%를 유지하며, 4위 포드를 바짝 좇고 있다”며 “내년 하계 올림픽을 전후로 회복되면 HB20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판매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 신용등급 강등 경고로 불거진 신흥국 위기는 내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신흥국은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경제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둔화, 브라질·러시아의 경기침체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2015∼2017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GDP의 절반을 중국 등 신흥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둔화가 가속화되면 한국 GDP 성장률은 연간 2.5%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