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일본인 여성이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후 사망했다. 국내에서 성형을 받은 외국인 환자가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한국 성형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의료계와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20대 일본인 여성이 지난달 19일 입국해 21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코와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다.
경찰은 "수술 중 떨어져 나온 지방이 혈관을 막아 생긴 색전증이나 약물 중독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 부검 결과를 받아보지 못했으나 의료 과실로 볼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색전증은 혈관 속으로 들어간 지방 덩어리 등의 물질이 혈관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막은 상태를 말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부검 결과를 토대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의료진을 입건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외국인 환자가 국내에서 성형수술을 받다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40대 중국인 여성이 돌연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여성은 쌍꺼풀 수술을 비롯해 턱, 허벅지 등에 6시간에 걸친 성형수술을 받았다. 수술 다음 날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이 여성은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지난 1월에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중국인 여성이 수술 도중 뇌사에 빠졌다 결국 사망했다.
성형외과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불법 브로커가 판치고, 진료의사가 아닌 대리의사가 수술하는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은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반한 감정까지 일고 있다. 중국인이 성형외과 등 한국 병원에서 수술받다 사망하거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자료를 보면 외국인 환자의 조정분쟁 신청건은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76건으로 이 가운데 중국이 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화사를 비롯한 중국 언론은 "중국인은 한국인보다 약 10배의 수술비를 내고, 중개업체(브로커)가 수술비 중 최소 30~90%의 중개료를 가로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올해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중국 언론에 많이 지적되는 의사 자질과 대리수술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중국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당국의 수사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국내 대형 성형외과 10여곳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브로커에게 고액의 수수료를 주고 중국인 환자를 모집한 정확을 포착했다. 일부 성형외과는 수술비가 중국에서 결제된 것처럼 조작하거나 위안화 현금 결제를 숨기는 수법으로 수익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의사회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대리수술이나 결제조작을 하는 성형외과들이 여전히 있다"면서 "이를 근절하려면 의료계의 자정 활동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