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핀테크 주도권을 쥐기 위해 손을 잡은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개 은행 연합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에서 이용된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고 송금과 결제를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공통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30일 보도했다. 핀테크 연합을 결성해 수수료 인하를 실현시켜 I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을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블록체인이란 이용자들이 서로 간의 거래를 승인해 확인하는 것으로, 송금시 금융기관이 소유권 이전을 확인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 후 거래가 성립되던 기존 방식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한 처리가 가능한 기술이다.
송금 수수료가 금융기관의 10분의 1에 불과한 블록체인의 보급으로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블록체인이 갖는 인증기능은 주식, 증권, 부동산 거래에도 도입이 가능하고 토지 등기와 집 열쇠 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인류의 유산'이라고 불린다.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나스닥OMX도 지난 5월 미공개 주식 거래에 블록체인의 시범 도입에 착수한 상태다.
핀테크 연합 22개 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의 핀테크기업 'R3'와 제휴해 공통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며, 이를 위해 10월부터 워킹그룹을 가동시켜 1~2년 후에 시연에 들어간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핀테크 관련 시장은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규모도 지난해 122억 달러(약 14조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이들 연합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글로벌 핀테크 기류에 동떨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페이게이트 대표)은 "우리가 말로는 글로벌 핀테크 기류를 선도해야 한다고 나서지만 선진국 대열에 늘 끼지 못한다"며 "글로벌 행보에 따라 각종 커뮤니티나 연합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지원센터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이번 연합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미국에 진출한 규모가 큰 은행들을 중심으로 핀테크 연합을 결성한 것 같다"면서 "국내 은행은 그 정도 규모가 안되기 때문에 참여하라는 이야기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신한은행과 농협이 멘토링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가 뒤쳐진 것은 아니고 국내 금융회사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서비스를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연합 결성에 대해서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해외송금 시스템의 구축을 22개 은행이 주도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세계 모든 은행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라면서 "국내 은행도 핀테크 연합의 블록체인 구상이 구체화되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