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경의 머니마니]혼합형 펀드의 위험

2015-09-29 11:27
  • 글자크기 설정

[조영경 FM파트너스 대표]

투자하는 동안 단 한 번의 마이너스도 없이 플러스 수익으로 고공비행할 수 있다면 투자처럼 즐겁고 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 좀 해본 사람이라면 언제나 플러스일 수만은 없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다.

난기류를 만나 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처럼 변동성을 만난 수익률은 심하게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수익 있는 곳에는 위험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위험은 변동성이고 변동성은 마치 파도와 같다. 파도를 헤쳐나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여행이 투자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초보 투자자에게 변동성은 참기 힘든 멀미 또는 그 이상의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투자 중 발생하는 수익률 하락을 보고 깜짝 놀라 중도 포기를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돈 잃고 웃는 사람 없다고 줄어드는 수익을 보고 태연할 수 있다면 초보 투자자일 리가 없다.

그래서 최근 꾸준히 주목 받는 것이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변동성이 크지 않아 울렁거림 없이 가까운 목적지 정도는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은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위험은 멀고 수익은 가깝게 느껴지다 보니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하는 투자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일부 해외 지수형 ELS가 원금손실 한계 구간에 도달하며 고위험 상품으로 변신하고 말았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거대한 변동성에 휩싸인 ELS는 탈출할 기회도 재기의 기회도 주지 않는다. ELS의 특수한 구조를 간과한 투자자들이 또 다시 곤경에 빠지는 역사가 반복되는 듯해서 몹시 안타까울 뿐이다.

덕분에 혼합형 펀드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받고 있다. ELS의 두 얼굴을 보고 놀란 자금이 혼합형 펀드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혼합형 펀드는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적절히 조합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대폭 줄여놓은 상품이다. 주식시장의 큰 파도도 혼합형 펀드 앞에선 작아질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반토막 나도 혼합형 펀드의 손실은 10% 초반대에 불과할 정도로 놀라운 방어력이 있다. 30% 정도의 주식 비중 덕분에 주식 부분은 15% 내외의 손실로 방어가 가능하고 금리 인하가 진행되면 채권 부분에선 운용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걷히고 주식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상황이 되면 낮은 주식비중과 금리인상 탓에 혼합형 펀드의 수익은 시장보다 많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10년 전 주식시장의 랠리가 한참일 때 혼합형 펀드 무용론이 대세를 이루자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투자자들은 뒤늦게 주식형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후 주가는 고점을 만들고 반토막이 되어 막대한 손실만 안겨준 사건도 있었다.

불확실성이 가득할 땐 혼합형 펀드가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 혼합형 펀드의 위험은 시작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