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를 만나 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처럼 변동성을 만난 수익률은 심하게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수익 있는 곳에는 위험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위험은 변동성이고 변동성은 마치 파도와 같다. 파도를 헤쳐나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여행이 투자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초보 투자자에게 변동성은 참기 힘든 멀미 또는 그 이상의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투자 중 발생하는 수익률 하락을 보고 깜짝 놀라 중도 포기를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돈 잃고 웃는 사람 없다고 줄어드는 수익을 보고 태연할 수 있다면 초보 투자자일 리가 없다.
그래서 최근 꾸준히 주목 받는 것이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변동성이 크지 않아 울렁거림 없이 가까운 목적지 정도는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은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위험은 멀고 수익은 가깝게 느껴지다 보니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하는 투자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덕분에 혼합형 펀드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받고 있다. ELS의 두 얼굴을 보고 놀란 자금이 혼합형 펀드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혼합형 펀드는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적절히 조합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대폭 줄여놓은 상품이다. 주식시장의 큰 파도도 혼합형 펀드 앞에선 작아질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반토막 나도 혼합형 펀드의 손실은 10% 초반대에 불과할 정도로 놀라운 방어력이 있다. 30% 정도의 주식 비중 덕분에 주식 부분은 15% 내외의 손실로 방어가 가능하고 금리 인하가 진행되면 채권 부분에선 운용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걷히고 주식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상황이 되면 낮은 주식비중과 금리인상 탓에 혼합형 펀드의 수익은 시장보다 많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10년 전 주식시장의 랠리가 한참일 때 혼합형 펀드 무용론이 대세를 이루자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투자자들은 뒤늦게 주식형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후 주가는 고점을 만들고 반토막이 되어 막대한 손실만 안겨준 사건도 있었다.
불확실성이 가득할 땐 혼합형 펀드가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 혼합형 펀드의 위험은 시작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