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여야의 두 대표가 위기에 빠졌다. 김무성 새누리당·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모두 당내 반대편의 흔들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무성 대권 불가론’을 고리로 총공세에 나선 친박(친박근혜)계는 17일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십자포화를 날렸다.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공천 전면전이 시작된 셈이다.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통과로 고비를 넘은 문 대표는 이날 2차 관문인 ‘재신임 투표’의 강행 의지를 재차 피력, 비주류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당내 갈등 축인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비호남 대 호남’ 구도의 2라운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룰 딜레마다.” 여야 권력투쟁이 룰 딜레마에서 촉발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권 내 신주류(비박계)와 구주류(친박계), 야권 내 친노계와 비노계의 싸움은 내년 총선을 넘어 대선 국면까지 지속하는 ‘장기 이슈’다. 상대편의 약한 고리를 치는 ‘타이밍 정치’는 물론, 조직의 견고함, 대중성 등을 모두 담보해내야만 본선 링(대선판)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전략은 ‘투 트랙’이다. 최근 잇단 악재에 ‘로우키(low-key)’ 행보로 일관한 김 대표는 친박계의 오픈프라이머리 비토가 노골화되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민공천제추진 TF(태스크포스)’를 긴급 소집, “우리는 국민공천제로 간다”며 친박계의 공격을 단칼에 잘라 버렸다.
그러자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김 대표의 떳떳한 얘기가 전제돼야 한다”며 플랜B를 요구했다. 친박계인 윤상현 대통령 정무특보가 전날(16일) 대권과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을 주장한 데 이어 계파 맏형격인 서 최고위원이 가세한 형국이다.
친박계에서 ‘김무성 대권 불가론’을 펼 당시 공격적 대응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가 공천 룰 공격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취임 1주년 당시 승부수로 던진 ‘오픈프라이머리 여야 동시 실시’ 제안으로 쥐게 된 ‘선점효과’를 뺏기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文 ‘재신임’ 강행 vs 비주류 “리더십 약화할 것”
대신 김 대표는 공천 룰의 화살을 야권으로 돌렸다. 그는 야권의 공천 혁신안에 대해 “반개혁·반혁신적 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선 “국회가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간 박 대통령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김 대표의 자발적 목소리에 대한 확장성이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투 트랙 전략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표의 전략은 일단 ‘정면 돌파’에 찍혀있다. ‘비주류의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문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재신임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범주류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이날 “재신임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표 측은 이르면 오는 20∼21일 투표를 한 뒤 23∼24일께 재신임 정국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신임 정국에서 호남을 제외한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결집으로 지지율이 상승하자, 정면 돌파를 통해 존재감을 굳히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문 대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권력의지 부족’을 재신임 정국을 통해 보완하려는 의지인 셈이다.
하지만 비주류 지도부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미래지향적 결단을 해 달라”고 말했고, 박지원 의원도 “재신임 투표 제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교동계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혁신안이 통과됐으면,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며 “범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꾀할 수는 있어도, 호남의 비판 여론은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