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세 의거와 독립정신

2015-09-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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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의정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의거란 ‘정의를 위하여 일으키는 큰일’을 가리킨다. 이러한 의거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정부의 탐학에 항거한 임술 농민봉기, 공산의 실체에 맞선 신의주 반공투쟁, 독재에 대항한 민주항쟁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편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정의가 가장 왜곡되었던 일제 강점기에도 각종 의거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특히 의열투쟁이라 불리는 적극적·급진적 항일의거는 독립운동의 한 방법론으로 부상하여 광복의 밑거름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9월에는 이러한 의거가 세 차례나 이어져, 민족의식을 각성하고 독립정신을 고취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기에, 아래에서는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3·1운동에서 발휘된 한민족의 저력에 크게 놀란 일본은 ‘문화통치’라는 기만적 식민정책을 표방했다. 겉으로는 조선인의 각종 자유를 허용한다는 것이나, 실제로는 친일파를 양성하여 식민 지배를 영속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간계였다.

이에 1919년 9월 2일 강우규 의사는 서울 남대문역에서 세 번째 조선총독으로 부임하는 재등실(齋藤實)의 폭살을 시도했다. 비록 의거의 표면적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조선총독에게 투탄한 사실만으로도 3·1운동 이후 시들해진 민족의 독립의지를 재점화한다는 의거의 궁극적 목적 달성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강 의사의 의거에 화답하듯 이듬해 9월 14일에는 박재혁 의사가 부산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여 일본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한편 우리민족의 독립의지를 재차 일본에게 전했다.

박 의사의 의거 역시 그 시도 자제만으로도 민족 독립의식 고취라는 성과는 이미 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부산경찰서장 등 독립운동가의 탄압에 앞장섰던 일제의 요인(要人)을 척살하는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세 번째로 김상옥 의사는 1921년 9월 12일 의열 투쟁의 일환으로 조선총독부에 폭탄 2발을 투척했다. 이 의거로 총독부 회계과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총독부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다.

특히 식민통치의 총본산인 총독부가 의거의 대상의 된 것은 전례 없는 일로써 일본의 입장에서는 ‘경천동지’라 할 만한 사건이었다. 식민통치 중심기관이 공격받음으로써 삼엄한 경계와 철저한 보안이 무색해졌고, 무단통치의 장본인들은 한반도의 어디에서도 안위를 보장받을 수 없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암흑과 적막으로 가득찬 일제강점기의 하늘에 희망의 빛을 드리우게 한 9월 세 의사의 세 의거는 비단 정의를 행한 현장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수사 및 재판과정과 수감기간 또한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투쟁의 연장선이었다. 이에 세 의사는 거사의 대의를 밝히고 일본의 식민야욕을 꾸짖으며, 명예로운 순국을 작정함으로써 옥중에서도 민족에게 모범을 보이고 정의를 되찾는 일에 진력했다.

강우규 의사는 순국을 앞두고도 ‘내가 죽어서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일’이라며 민족의 항일의식 고취만을 생각했다. 모진 고문과 협박에도 의연히 대처한 박재혁 의사 또한 ‘왜놈의 손에서 욕보지 말고 차라리 내손으로 죽겠다’며 단식 9일 만에 옥중에서 순국하여 제2·제3의 의열투사의 의기를 북돋우었다.

총독부 의거 후 탈출한 김익상 의사는 이듬해 황포탄 의거에서 체포되어 사형이 언도되었는데, 안중근 의사가 그랬던 것처럼 항소를 포기하고 조국 광복의 제단에 스스로의 목숨을 바치고자 했다. 이처럼 마지막까지 숭고했던 이들의 의거와 그 의로움은 독립정신의 표상이자 독립정신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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