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전통적 스위스 시계 업체들이 IT업계가 쏟아내는 스마트워치에 대항하기 위해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단말기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장 클로드 비버 태그호이어(TAG Heuer) 최고경영자(CEO)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1월9일 스마트워치를 선보일 예정이며 세계 150개국에 동시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태그호이어는 그 동안 구글, 인텔과 함께 스마트워치를 개발해왔다.
특히 프레데릭 콘스탄트가 선보인 스마트워치는 단추 하나로 이동거리와 칼로리 소비량 등의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수면 시간을 측정해 적절한 시간에 알람기능이 작동하도록 설계돼 시장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렇게 스위스 시계 업체들이 스마트워치 출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IT기업들이 정보 단말기를 손목시계에 적용시키면서 기존 시계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밀리지 않기 위해 스위스 시계업체들도 자사 제품에 디지털 기능을 더해 적극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계 업체 동향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계 형태를 유지시키면서 스마트 기능을 더해 IT기업의 내놓은 스마트워치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플, 삼성, 소니가 이끄는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는 오는 2018년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스위스 고급시계 업체들에게 기회 또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 세계 고급 시계업체들은 최대시장 중국의 경기 불황과 사치품 척결 운동, IT기업들이 출시한 스마트워치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태그호이어의 경우 구조조정을 위해 인원을 삭감했으며, 까르띠에도 스위스의 공장가동 일수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 시계공업연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스위스 시계 수출량은 약 2900만개로 전 세계 시계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 중 중국 수출이 4분의 1에 달해 애플워치의 중국 시장 출시가 매출 부진의 직격탄이 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워치 출시와 겹친 지난 4월과 5월 사이에는 스위스 시계 수출이 9% 하락했다는 스위스시계산업협회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장 클로드 비버 CEO는 “요즘 10대들은 시계를 차지 않는 경향이 많았지만, 오히려 애플과 소니가 스마트워치를 통해 시계의 매력을 각인시켜주면서 시계 시장 규모를 키워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언급해 기존 시계 업체들도 스마트워치 출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시계업체들의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이 그 동안 유지해 온 ‘메이드인 스위스’라는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고, 시계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