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경전선 부전∼마산 구간 복선전철의 서면 도심 지상통과 계획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부산 서면 도심 철도 주변 주민들이 경전선 부전∼사상 구간 공사부터 당장 중단시키라고 집권여당 측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나성린 의원(새누리당 부산진갑)과 새누리당 행복연구원이 경전선 부전∼가야 구간을 지하화 해달라는 주민들의 오랜 민원을 내년 총선공약에 포함시키겠다고 한데 대해 신뢰부터 쌓으라며 내뱉은 요구사항이다.
부산서면포럼과 부산일보사가 8일 오후 3시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김호남 변호사, 신관우 부산YMCA 이사장을 비롯해, 서면 도심철도 주변 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전선(부전∼사상) 노선변경 및 지하화-부산 도심발전 저해하는 지상철도 절대 반대' 세미나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서면 도심철도 지하화를 첫 제안한 '부산 도심철도지하화 추진위원회' 정근 자문위원은 기조연설을 통해 "서면 도심철도는 오랜 세월 소음과 진동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을 심각히 위협했을 뿐더러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써 기능함으로써 주민들의 재산권마저 크게 위축시켜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심철도는 지하화 함으로써 미래 부산의 100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한다"고 도심철도 지하화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박종길 미성P&C건설 회장은 '경전선(부전∼마산) 복선전철화 사업 구간 지하화 제안'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이 노선은 향후 시속 200㎞ 이상의 고속철도가 다닐 가능성이 큰데, 철도당국에서 이를 숨기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보도자료를 인용했다. 2013년 1월 30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전선 부전∼마산 복선전철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 구간 51㎞를 현재 88분에서 26분 만에 주파하게 된다. 이 수치도 역 5곳을 무정차 통행하는 걸 기준으로 한 거다. 이는 시속 250~300km의 KTX가 다니거나, KTX에 버금가는 속도의 열차가 경전선을 다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열차운행능력도 1일 왕복 38회에서 138회로, 시간당 열차투입횟수가 1회에서 6회까지 늘어날 수 있게 돼 기존 6배에 달하는 열차가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보다 6배 이상의 소음 고통 속에 서면 일대 주민 삶의 터전은 완전 황폐화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이에 박 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도심철도 구간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고려해서 지하화 하는 게 추세"라면서 "현재 서면 도심구간인 경전선 부전∼가야조차장 구간을 반드시 지하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구간을 지하화 하면 철도 관련 승무사업소, 차량관리단, 정비창본부 등으로 이용하고 있는 가야조차장과 범천정비창 등 무려 32만평의 금싸라기 땅을 확보해 문화예술·체육시설 등으로 재개발함으로써 부산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철도당국에서 주장하는 '지하화의 기술적인 어려움'은 현재 마무리 시공 중인 동해남부선 부전역 진입 부분에서 지하화 구상을 해보는 것이 매우 타당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부산 도심철도지하화 추진위원회 이형숙 총괄위원장은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의 '총선공약'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진정으로 지하화를 원한다면 당장 해당 구간의 공사부터 중단시키라고 외쳤다. 지난 수 년 간 주민들의 지하화 요구를 반대해온 나성린 의원이 갑자기 '지하화 수용' 쪽으로 입장을 바꾼 만큼, 주민들이 나 의원의 총선 공약 발언을 믿을 수 있도록 해당 구간에 대한 공사 중지를 먼저 이행하라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지난 수 년 간 공청회 2회, 주민설명회 3회 가졌으나 철도당국이나 나성린 의원 측에서는 기술적인 문제 들을 들어 한결같이 지하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 7월 19일 부암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나성린 의원은 지하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떼 쓰기", "선동" 운운하면서 지하화 반대를 거듭 강조했다.
그날 설명회에 참석했던 이 위원장에 따르면 당시 나 의원이 "오늘 대책위원장이 오셨지만 함께 참석하고 공무원들 다 오라고 해서 지하화는 불가능하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부암 1동 문제는 기본적으로 지하화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드릴 겁니다. 서면포럼에서 지금 계속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됩니다. 지금 세월호 사건을 보세요. 도움이 안 되거든요."라고 말했다는 것.
그랬던 나 의원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갑자기 '도심철도 지하화' 문제를 총선 공약화하겠다는 걸 어떻게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게 주민들의 마음이다.
이에 이 위원장은 나성린의원이나 새누리당 측에 지하화 총선공약에 대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당장 해당 구간인 부전∼사상 구간 공사부터 중단시키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 기존선로를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지상화로 설계된 해당 구간에 대한 공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어떻게 지하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박하고 있다. 공사 중지에 이어 지상화로 설계된 해당 구간을 지하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설계변경 절차를 이행하라고 재촉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이날 새로운 사실을 폭로해 서면 철로주변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산지역 철도시설 재배치 및 발전방안 마스트플랜 수립용역 최종보고서'에는 경부선의 사상∼범일역 구간이 폐지되고, 새로 '범일∼가야 조차장' 간 1.91㎞의 선로를 신설해 가야조차장 내 회송선(인상선)에 연결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이 위원장이 주장했다.
다시 말해 폐지되는 이웃의 철길을 지금도 철도 탓에 고통 받고 있는 부암동 등 도심 쪽으로 끌어당겨 온다는 사실에 부산진구 부암·부전·당감동 일대 주민들이 격분하고 있다. 도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도심철도를 재정비하려면 도심과 가까운 철도시설부터 폐지하거나 이전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철도당국처럼 도심과 멀리 떨어진 '경부선 사상∼범일역' 구간을 폐지하는 것으로는 부산의 도심인 서면 일대 개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지난해 12월 2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산지역 철도시설 재배치 및 발전방안 마스트플랜 수립용역 최종보고'를 국가정책으로 확정해 달라는 요구다. 다시 말해, 가야 정비창을 시 외곽으로 이전하고 경부선 사상∼범일 구간을 폐지하는 대신, 범일∼가야 간 1.9㎞ 구간을 신설해 경부선과 같은 수준의 시설로 보강하자는 게 핵심내용이다.
이 사업은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SK건설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스마트레일주식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다. 부전역에서 김해 진례신호소까지 총길이 32.7㎞ 구간을 복선 전철화 하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1조 4천 303억 원이며, 오는 2020년 완공될 예정으로 현재 공정률은 2.9%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