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의 역설’에 휩싸였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권재민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를 띄우며 계파 패권주의 해소에 나섰지만, 야권의 고질병인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갈등만 증폭된 모양새다.
특히 혁신위의 1∼10차 혁신안 발표 때마다 ‘월권’ 논란이 끊이지 않은 데다, 연일 꼬이는 내부 스텝으로 당의 원심력 강화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심은커녕 민심의 눈높이도 못 맞춘 혁신안으로, 당 전선만 흩트렸다는 얘기다. 당의 운명은 혁신안 의결을 위해 소집될 9일 당무위, 16일 중앙위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7일 일반 국민 참여 비율 확대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제10차 혁신안을 발표하며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김상곤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등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 100% 일반 시민으로 구성하는 국민공천단 도입 방안 △정치 신인과 여성·장애인에게 각각 10%와 25%의 가산점 부여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논란이 됐던 전략공천과 관련해선 외부 인사가 50% 이상 참여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전략공천위원장은 최고위 의결을 통해 당 대표가 임명하며 전략공천 비율은 20% 이내로 제한한다.
문제는 이 지점이다. 여야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빅딜 제안이 유효한 상황에서 당 혁신위는 전략공천을 위한 위원회 구성을 천명했다. 야권 내부에서 엇박자를 내면서 여야 협상의 명분을 스스로 약화시킨 셈이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즉각 “친노 세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文·金, 아마추어 리더십…비노계 총궐기
전략공천에 반기를 들었던 비노계도 이날 총궐기했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중도개혁·민생실용으로 신당을 창당할 포부 있다”고 밝혔고, 박지원 의원은 “추석 밥상에 신당 논의되도록 실제 준비되고 있다”고 가세했다. 그러자 친노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일부 비노계를 향해 “공천권을 노리는 비판론자”라고 직격탄을 쏘며 맞받아쳤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27일 첫발을 뗀 김상곤 혁신위는 1차 혁신안(6월23일)에서 선출직공직자 평가위 구성과 재·보선 원인 제공 시 무공천 방침, 2차 혁신안(7월6일)에서 최고위와 사무총장제 폐지를 제안했다. 당내 원심력은 극에 달하면서 4개의 분당 및 탈당 그룹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내 엇박자는 5차 혁신안(7월27일) 때 극에 달했다. 당시 혁신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정수 확대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369명(지역구 246명+비례대표 123명) 증원 플랜을 제안했다. 논란이 일자 문 대표는 “의원 정수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당 혁신위에 ‘당내 개혁을 위한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한 문 대표는 지난달 5일 느닷없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빅딜을 제안한 데 이어 5일 뒤 “의원정수 확대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말했다. 당 최대 주주인 친노계가 김상곤 혁신위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당 전횡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애초 김상곤 혁신위는 4월 재·보선에서 패배한 문 대표가 ‘시간벌기용’으로 만들 것으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며 “기존 혁신안을 재탕·삼탕하면서 결국 혁신위 스스로 무기력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