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이용객 200만명…성수기 불법행위 기승

2015-09-0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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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조업 비수기에 '투잡' 형식…식수·안전장비 미비 사고 위험

승선 정원 초과 등 위반행위 속출…제도적 장치 필요성 제기

[자료 = 해양수산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지난달 말 충남 보령시 오천면으로 쭈꾸미 낚시를 나선 강준호(가명·자영업·40)씨는 보름 전 인터넷으로 예약한 낚싯배에 승선하고 깜짝 놀랐다. 안전장비는 고사하고 식수조차도 구비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낚싯배를 운행하는 선장에게 이렇게 운행해도 되냐고 따졌더니 “지금이 쭈꾸미 낚시 성수기라서 임시로 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만 받았다. 강씨도 자세히 보니 그동안 자신이 탔던 낚싯배와 조금 달랐다.
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배는 정확한 어획 포인트를 잡아주고 이동 경로도 다양한데 강씨가 탄 배는 주변을 맴도는 수준에 그쳤다.

강씨는 “아무리 성수기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식수 정도는 구비하고 낚싯배를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선장이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 수칙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낚시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낚싯배 이용자도 동반상승 추세지만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도별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최근 10년간 매년 200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 수는 206만4948명으로 2013년(195만6580명)보다 5.5% 늘었다. 한국낚시연합이 추산한 국내 낚시인구가 약 6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낚시인구의 3분의 1 가량은 낚시어선을 이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어선이 조업 비수기에 낚싯배를 운영하던 기존 제도를 악용해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침몰한 추자도 낚시어선 역시 승선자들이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생존자들의 진술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낚싯배의 제도적 기반이 부실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가 규정한 낚시어선은 ‘10톤 미만 어선을 이용해 낚시인을 태워 낚시터로 안내하거나 그 어선에서 낚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어선이 보험 가입, 안전 장비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낚시어선으로 등록해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시기에 낙도나 어촌 지역에서 어업 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낚싯배는 10톤 미만 어선들이 조업 비수기에 운영하는 이른바 ‘투잡’ 형식이다.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언제든 낚싯배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문 낚싯배도 운영이 많아졌지만 9~10월 바다낚시 성수기 시즌에는 어선들이 낚시터로 모여든다. 문제는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는 배들로 인해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적발된 불법행위를 보면 승선 정원 초과 18건, 출·입항 미신고 12건, 금지 구역 운항 9건, 미신고 영업 4건, 음주 운항 3건 등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들 불법행위는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다. 당국에 적발된 낚시어선 불법행위는 2011년 333건, 2012년 275건, 2013년 230건, 2014년 112건으로 감소 추세지만 꾸준히 발생 중이다.

정부에서는 낚싯배로 운영되는 어선이 레저형이 아니기 때문에 선박 안전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라서 들쑥날쑥한 숫자로 인해 명확한 낚싯배 규모를 추산하기도 쉽지 않다.

신고제는 일정 수준의 기준만 부합되면 언제든 영업을 할 수 있다. 통신판매업의 경우 대표적 신고제 영업으로 볼 수 있다.

이렇다보니 어선들이 손쉬운 낚싯배 운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본업인 조업보다 부업인 낚싯배 수익이 더 짭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어업인이 낚시어선으로 올린 수입은 총 1175억원이다. 낚시어선 한 척당 평균 소득액은 2700만원으로 지난해 어가 평균 소득(약 4101만원) 65.4%에 이른다.

한편 정부는 낚싯배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검토 중이다. 어선으로 구분되는 낚싯배를 레저형으로 전환해 선박 수준의 안전수칙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추자도 사건을 계기로 낚싯배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낚싯배를 레저로 구분하게되면 어민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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