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제주 추자도 낚시 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고의 해경 초동조치가 늦어진 데는 승선원 명부에만 이름이 오르고 실제 탑승하지 않은 한 낚시꾼의 거짓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이 '연락두절' 신고를 받은 뒤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확인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승선하지 않은 한 낚시꾼이 "돌고래호를 타고 잘 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는 입항신고를 하면서 해경에 "돌고래호 선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흘렸다. 그러나 연락두절에 대한 정식 신고를 한 것은 아니었다.
정 선장은 입항신고를 한 뒤 계속해서 돌고래호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8시 40분께 동료 선장 등과 함께 해경을 찾아 "(돌고래호와)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항적기록을 보자"며 정식으로 신고했다.
해경은 V-PASS를 통해 돌고래호의 위치신호가 5일 오후 7시 38분께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것을 확인했다.
추자출장소는 상추자도 신양항에 있는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보고했고 해경은 승선원 명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순서대로 연락을 하며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때 전화를 받은 A씨는 "돌고래호를 타고 해남 쪽으로 잘 가고 있다. 괜찮다"고 거짓 대답을 했다. A씨는 당초 돌고래호에 승선하기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 타지않고 해남에 남아있었다.
A씨는 자신이 배에 타지 않아, 혹 승선원명부 허위 기재 등 이유로 돌고래호 선장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A씨의 말을 믿은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는 돌고래호가 사고가 난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A씨의 대화 내용을 추자출장소에 통보했다.
그러나 해경은 만일에 대비해 다시 승선원 명부에 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A씨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고래1호 선장인 정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문제가 있음을 직감, 뒤늦게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자신이 배에 타지 않은 사실을 알렸다.
해경은 이날 9시 3분께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에 신고했고, 민간인 자율선박 5척을 동원해 정밀검색에 들어갔다. 추자도 예초리 해상에서 마지막 V-PASS 신호가 잡힌 오후 7시 38분 이후 1시간 20여분이 지난 뒤였다. 이미 골든타임을 허비한 후였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돌고래호 사고 수사본부는 승선원 명단이 허술하게 작성된 경위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