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 도종환 위원장은 2015년 2학기부터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사회과 5-2 교과서를 교열전문단체에 맡겨 분석한 결과 비문, 오탈자, 띄어쓰기 등 기본적인 국어문법 오류 수십여 개가 발견됐다고 7일 밝혔다.
13쪽 ‘하천에서 물고기나 조개를 잡아먹기도 하였다’는 ‘조개를 잡아먹는다’는 표현이 어색하고 하천에서 조개를 잡는 것이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21쪽 ‘우리나라에 세워진 최초의 국가가 고조선이다’도 비문으로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세워진(성립한) 국가가 고조선이다'라고 해야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쪽 ‘나무로 성벽을 세워’도 성벽이 아니라 울타리라고 해야 하며 11쪽 ‘원숭이와 비슷한 모습을 한 인간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오늘날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발달할 수 있었던 까닭은..’도 인간이 ‘발달’한다는 표현이 어색하고 ‘진화’ 등으로 바꿔야 해 어색한 문장이나 낱말 사용이 부적합한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88쪽 ‘생각을 버려야겠구만’은 ‘생각을 버려야겠구먼’이, 155쪽 ‘주인 딸의 시중드는’은 ‘주인 딸을 시중드는’이 맞는 등 오탈자가 나타났고 65쪽 ‘먹고 살았다’는 ‘먹고살았다’, 111쪽 ‘그릇같은’은 ‘그릇 같은’, 154쪽 ‘달리 하였습니다’는 ‘달리하였습니다’가 맞는 등 기본적인 띄어쓰기도 틀렸다.
도 의원실은 이 교과서가 2012년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2년여간 집필, 수정, 심의 과정과 연구학교를 대상으로 실험본으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친 후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수정·보완하여 전문기관의 감수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은 교과서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오류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012년 ‘국민의 기초 소양과 기본 교육의 일정한 질을 확보하기 위한 국정체제 구축’, ‘우수한 내·외형을 갖춘 국정도서 개발’을 목표로 교과서 개발을 시작해 2년여에 거쳐 9명의 연구진과 10명의 집필진, 21명의 심의진을 두고 수정·심의과정과 전문기관의 감수를 거쳤는데도 이처럼 기본적인 문법조차 지키지 못한 교과서를 만들어 학교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고 도 의원실은 지적했다.
도종환 의원은 “이미 지난해 사회과 6-1 실험본 교과서에서도 ‘이토 히로부미가 을사조약을 성공했다’. ‘일제가 의병을 소탕’, ‘쌀 수출’ 과 같은 일본의 시각에서 서술된 표현 등 350여개의 오류가 발견되어 논란이 됐었다”며 “이번 5-2교과서는 실험본도 아닌 실제 학생들이 지금도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교과서란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해 박근혜 정부는 국가가 나서서 하나의 교과서를 잘 만들겠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만든 첫 역사 교과서는 내용적 측면이나 올바른 국어사용 측면 모두에서 부실투성이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역사교육연대회의도 이날 이 교과서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정부와 여당이 그토록 국정제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교과서의 꼴을 제대로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과 시스템을 결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질 좋고 오류가 없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허구로 이를 구실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인식을 역사교과서를 통해 주입하려는 것일 뿐이라는 의구심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교과서에서 부여와 삼한의 역사가 거의 증발돼 버렸고 신라와 고려의 관리 등용 방식을 잘못 설명하면서 신라 말 호족을 훗날 역사학자들이 개념화한 것인데도 당시 사람들이 호족으로 불렀다고 서술하고 서울의 궁궐을 그리면서 유독 창경궁을 빠뜨린 경우 등 학생들의 역사이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삽화와 지도의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단체는 또 2009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이 교과서를 2007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와 비교해보았더니 다른 개발진이 만든 교과서 내용을 고스란히 따 붙 여러 곳에서 동일하거나 비슷한 문장이 현재 38군데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이날 발표가 중간 분석 결과로 교과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시급히 교정돼야 하며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국정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중등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중단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또 초등학생의 혼란과 가르치는 교사의 곤혹스러움을 조속히 수습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