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아동 성폭행 처벌 현실화돼야

2015-09-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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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2000년대 초반 기자가 초등학교 6학년 당시 수영 강의를 받았던 때의 일이다.

당시 20대 남성 강사는 '수업'의 일부라는 이유로 여학생들의 엉덩이를 수차례 만지곤 했다. "하지 마라"는 거부 의사에도 그는 '장난'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추행을 멈추지 않았다. 판단력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이라 그의 행동이 '범죄'라고는 인지하지 못했으나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고 이를 공유한 몇몇 학생들은 그의 만행을 부모님에게 알렸다. 그는 경미한 경고 조치를 받은 후 수업을 이어갔다.

10여년이 훌쩍 넘은 기억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마치 방금 있었던 일처럼 생생한 매쓰거움이 온몸에 퍼진다.

아동 성폭력은 피해자가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겪는 후유증과 왜곡된 성 인식을 가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게 처벌돼야 한다. 그러나 실재 처벌 수위는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같은 경우가 많다. 

지난 6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행·강제추행 범죄자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47.6%로 범죄자 246명 가운데 117명이다. 이는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며 자유형(46.3%)보다도 1.3%나 높게 나타났다.

또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로 검찰에 입건된 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기소율은 2012년 54.3%에서 2014년 46.3%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법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이유로 미흡한 사전 검토를 꼽았다. 국민 정서만을 고려해 법률을 강력하게 했을 뿐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지 않아 양형에는 적용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2361호 제9조(강간 등 상해·치상)에는 죄를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됐다. 

법이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양형 수위를 현실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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