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9월 금리인상' 오락가락 미 연준…이제 그만

2015-09-02 11:25
  • 글자크기 설정
“샤워실에 한 바보가 들어갔다. 더운물을 틀자 금세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질겁한 바보는 얼른 찬물로 수도꼭지를 돌렸다. 이번에는 얼음같이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깜짝 놀란 바보는 다시 뜨거운 물을 틀었다가 혼쭐이 났다. 바보는 물만 낭비하고 정작 샤워는 하지 못했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시카고대 교수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비판하며 ‘샤워실의 바보’라는 우화를 제시했다. 중앙은행의 섣부른 시장 개입이 의도치 않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이 ‘9월 금리 인상설’에 대해 상반된 발언을 흘리면서 요동치는 국제 금융시장의 현 모습을 잘 설명해준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지표가 명쾌하지 않다”며 “아직 물가 상승률이 연간 2%를 향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로젠그렌 총재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표결권은 없지만 연준 내 비둘기파 입장을 대변해준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그동안 금리인상 전제 조건으로 물가상승률 2%와 경제 지표 개선을 제시해왔다.

‘연준 2인자’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그러나 사흘 전 잭슨홀 미팅(경제정책회의)에서 “지금까지 물가 상승을 억제했던 요인인 달러화 강세와 저유가 기조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연준 관계자들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했다고 월스트리스저널은 전했다. 열쇠를 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오락가락 발언에 금융투자업계는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유럽, 일본 증시 등은 금리 인상 우려가 불거진 최근 3%대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의 고민도 크다. 자금 유출 등 금리 인상 여파를 견딜 경제적 체력이 달리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여부는 미국만의 과제가 아니다. 미국은 세계 금융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언에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