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다툼 논란에 대해 진화에 나섰지만, '반(反) 롯데' 정서를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론이 워낙 나빠진데다 이번에 내놓은 개선 방안 역시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를 씻어버리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최근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11개 L투자회사들(지분율 72.65%)이다. 일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일본 패미리(2.11%) 등을 합하면 일본 자본이 99% 이상의 지분을 장악한 모양새여서 '국적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신동빈 회장이 꺼내 든 대책이 호텔롯데 상장이다.
신동빈 회장은 11일 호텔롯데를 가까운 시일 내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일본계 지분율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상장회사가 되면 경영 정보가 공개되고 일반 주주들의 감시도 받을 수 있어 투명성 논란에서도 다소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일본계 지분 비율이 이미 99%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구주 매출을 하더라도 국내 자본 비중이 최대 20% 안팎에서 더 높아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요 주주인 L투자회사 11곳이 구주 매출을 통해 호텔롯데 지분을 처분할 경우 상당 규모의 자금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점도 또 다른 논란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논란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0.05%의 지분으로 재계서열 5위 그룹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한 416개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다.
순환출자 고리를 올해 안에 80% 이상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한다는 게 롯데의 목표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를 새로 설립할지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가 진행 중이다.
롯데 측은 이런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에 약 7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는데 무리가 없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에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구개발과 신규채용 같은 그룹의 투자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며 부정적 측면을 언급해 국민 여론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식'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인상을 남겼다. 정부에 '유예'를 청원하는 듯한 태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며 롯데가 왜 한국 기업인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지난해 롯데호텔을 포함한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일본롯데에 대한 배당금은 한국 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며 "롯데호텔은 국부를 일본으로 유출한 창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가져온 '반 롯데' 정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제시한 '카드'로는 일본식 경영 방식과, 오너 일가끼리 일본식 이름을 부르며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국민적 반감을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 역시 이날 한국어로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거듭 말했으나 말투에서는 일본어 억양과 발음이 강하게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