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수의견’ 윤계상 “좋은 평가 많아 감개무량…부족한 점 많다”

2015-06-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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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에서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는 국선변호사 윤진원 역을 열연한 배우 윤계상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지난 2004년 그룹 god를 탈퇴한 후 꾸준히 연기자로 활동 배우 윤계상(38)에게는 가수 출신이란 꼬리표가 붙어 다닌 게 사실이다.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 ‘사랑에 미치다’ ‘누구세요?’ ‘트리플’ ‘로드 넘버원’ 등에 출연한 윤계상은 2008년 ‘6년째 연애중’과 ‘비스티 보이즈’로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가수 윤계상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팬들도 많았다.

그러다 윤계상은 2011년 ‘풍산개’를 통해 배우로서의 ‘묵직함’이 있다고, ‘지금도 발전 중’이라고 연기로 보여준다.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최고의 사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태양은 가득히’에 캐스팅됐고, 영화 ‘레드카펫’에서 주연을 맡았다.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제작 하리마오픽쳐스)은, 개봉일로 따지자면 윤계상의 10번째 작품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햇수로 10년째 촬영한 ‘소수의견’은 언론과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수의견’은 지방대 출신, 학벌 후지고 경력도 후진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이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게 되면서 벌어진 일들을 담고 있다. 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철거깡패가 아니라 경찰이라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접근한 신문기자 수경(김옥빈). 변호인에게도 완벽하게 차단된 경찰기록,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듯한 검찰 등 진원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선배인 이혼전문 변호사 대석(유해진)에게 사건을 함께 파헤칠 것을 제안한다.

지난 22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생각보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개무량하다”면서도 “아직 어리고 부족해서 저에게 맞는 옷을 찾는 기분”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영화 '소수의견'에서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는 국선변호사 윤진원 역을 열연한 배우 윤계상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배우에게는 ‘결’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자기 결이 보일 텐데 저는 아직 어리고 부족해서 아직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소수의견’에서 맡은 배역이, 제 필모그래피 중에서 제일 번듯한 직업인 것 같아요. 실제로 변호사라고 다 돈을 많이 벌거나 풍족한 생활을 하지는 않더라고요. 변호사를 하다가 다시 공무원 시험을 보신 분들도 있었어요. 국선변호사를 하다 로펌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는 거죠. 어찌보면 소수만 풍요로운 직업이라고 할까요? 장대석이 이혼변호사인 이유가 있는 거죠. 감독님 친구 분 중에 변호사가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죠. 영화에도 출연하셨어요.”

윤계상은 변호사 연기를 위해 ‘의뢰인’ 등 법정 영화를 많이 봤다. 국민참여재판이 주된 배경이기 때문에 배심원이 있는 외국 영화를 섭렵했다.

변호사 역이라 ‘소수의견’에 출연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굉장히 리얼한 시나리오, 웃음을 주기 위해 장치적으로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아니라 각자의 생각과 정의가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유해진, 김옥빈, 이경영, 김의성, 김종수, 곽인준, 박규채, 오연아, 권해효, 윤동환, 박충선 등 출연진 때문이었다.

“아마 시나리오를 본 사람들은 모두 다 한다고 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시나리오가 탄탄했죠. 그리고 제가 출연하기로 했을 때는 이미 캐스팅이 돼 있던 상태였어요. 그분들과 같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났죠.”
 

영화 '소수의견'에서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는 국선변호사 윤진원 역을 열연한 배우 윤계상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김성제 감독에 대한 신뢰도 한몫했다. 이번에 연출 데뷔작인 김성제 감독에 대해 윤계상은 “굉장히 빈틈이 없었다”며 “왜 저를 캐스팅하려고 하시느냐고 물었는데 ‘매우 윤진원스러울 것 같았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저도 배우로서 흥행을 하고 싶고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게 사실이잖아요. 그러면서 진중했으면 좋겠고요. 그게 통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나 저나 좋은 영화를 하고 싶었던 거요.”

윤계상은 ‘소수의견’으로 얻은 게 너무 많다고 했다. 콘티도 없었던 법정신. 김성제 감독은 날짜를 정해주면서 “연극처럼 콘티 없이 촬영을 할테니 알아서 준비해주십시오”라고 주문했고, 이는 윤계상에게 굉장한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놀라웠죠. 진짜 선수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선배들이 보여준 현장에서의 집중도는 정말 놀라웠어요. 정말 그 (배역을 연기한)사람이 증인처럼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출하려고 했을 때는 다들 너무 몰입하셨어요. 재판장이셨던 권해효 선배님께서 ‘변호사가 그렇게 감히 나오면 안돼. 여긴 신성한 곳이야’라고 지적하셨죠. 이경영 선배는 ‘감정적인 부분이라 나갈 수 있다’고 하셨고요. 나가냐 마느냐를 놓고 9시간동안 토론을 벌이기도 했어요. 그만큼 밀도감이 대단했죠. 제가 ‘저는 나가고 싶은 데요’라고 해서 결국 판사 앞으로 나가게 됐죠.”

콘티가 없는 상황은 연기에 대한 연습량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마치 대학로 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NG가 별로 없었다는 것. 법정신은 그렇게 쭉 이어졌다.

김성제 감독 자체도 집중력이 대단했다고. “현장에서 농담을 안 하셨다”며 “모니터 앞에서 뭔가를 계속 고치고 계시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배우도 한번이라도 대본을 더 보게 된다. 그런 부분도 치밀하셨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콤비 유해진에 대한 극찬으로 이어졌다.
 

영화 '소수의견'에서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는 국선변호사 윤진원 역을 열연한 배우 윤계상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유머감각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장난을 많이 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이경영 선배님이 더 분위기를 주도하셨죠. 유해진 형님은 철저히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게 다 연기로 이어지는 거죠. 대사 중에 애드리브가 많은데 특히 창가에 앉아 ‘어디가? 어디?’라고 하는 부분도 애드리브였죠. 형에 대한 100% 신뢰가 있었어요. 형도 저를 신뢰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끊임없이 시도를 하더라고요. 패턴이 항상 달랐어요. 어떤 대사가 나올지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대본과, 감독님의 의도를 벗어난 대사는 없었어요. 이상하게 애드리브를 들어도 자연스럽게 연기가 되더라고요. 김옥빈 씨가 ‘잘 생기셨네요’라고 하자 ‘그런 소리 잘 못 듣는데 기분이 좋네요’라고 하는 것도 다 애드리브였어요.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요.”

처음에는 ‘소수의견’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 법정 드라마인 것도 그랬지만 윤진원스러운 게 무엇인가 고민도 했다. 어찌 보면 연기자로서의 고민일 수 있는 윤계상의 속마음을 들은 유해진이 조언을 해주면서 사이가 발전했다.

윤계상은 “‘소수의견’은 저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보통 주요 등장인물이 한 두 명이거나 스타를 기용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소수의견’처럼 정말 연기 잘하시는 선배님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이런 작품이 찾아 왔을 때 많이 배우자는 욕심이 생겼죠.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런 욕심이 배우 윤계상에게 있어 최고의 연기를 펼치게 하지 않았을까? ‘소수의견’이 윤계상의 대표작으로 뽑혀도 전혀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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