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제조업의 실질 임금 상승 속도가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의 5분의 1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생산성 향상은 같은 노동을 투입해 이전보다 많은 생산량을 산출하거나 이전보다 적은 노동을 투입해 동일한 산출물을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콘퍼런스보드의 ‘국가별 노동생산성과 단위노동비용 추세’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즉 시간당 생산량은 연평균 2.71% 상승했다. 그러나 동기간 시간당 실질 임금의 연평균 증가율은 0.56%로, 실질 임금 증가율 대비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4.8배에 달했다.
금융위기 이후 임금 증가율은 노르웨이(2.05%), 프랑스(1.60%), 호주(1.27%) 등 12개국이 한국보다 높았고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0.13%의 실질임금 감소가 나타났던 일본에서도 2009년부터 작년까지는 연평균 0.69%씩 실질임금이 올랐다.
노동생산성이 감소(-1.85%)한 핀란드를 제외한 19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임금 상승 속도가 생산성 증가분을 앞지른 곳은 호주(0.76배), 이탈리아(0.82배), 스웨덴(0.99배)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임금 상승과 노동생산성 향상의 격차가 계속되면 △중산층의 소비 여력 위축 △소득 양극화 △경제 성장 저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발표한 ‘국제적 관점에서 본 소득 불균형의 원인과 결과’ 보고서에서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공급이 제한된 생산요소에서 발생하는 추가 소득)가 소득 최상위층으로 흘러들면서 평균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임금이 대부분의 가계에서 주 소득원인 만큼 이러한 현상은 중산층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