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차 감염이 이어지고 격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부 방역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자 청와대가 민심 수습책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보름만에 확진 환자 35명, 격리자가 1600명을 넘어서면서 국민의 공포·위기감이 치솟고 있지만, 초동 대처에 실패한 정부는 관계장관회의를 12일만에, 박근혜 대통령 주재 긴급점검회의는 15일만에 개최하면서 ‘뒷북 대응’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는 뒤늦게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콘트롤타워를 꾸리는 등 범정부 차원의 본부를 가동, 조기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부 내 메르스 대처법이 제각각이어서 국민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가 메르스 경보단계 ‘경계’에 준하는 휴업을 시행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주의’ 단계를 유지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 체감 위기는 이미 최고단계인 '경계', '심각'으로 격상돼 있다. 그만큼 정부 대응책에 불신이 팽배해있는 셈이다.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들의 메르스 격리, 치료 병원명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정부는 의료기관간의 정보공유 외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국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과 언론에서는 정부의 총체적 부실 '뒷북 대응'을 ‘제2의 세월호 참사’로 빗대며 정부의 안전의식을 질타하고 있다.
아울러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나고 있는 당ㆍ청 간 엇박자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메르스 방역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여당의 당정청 회의 개최에 청와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국회법 갈등으로 불거진 여ㆍ여간 갈등은 메르스 사태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주가 메르스 대란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여야 정치권과의 정쟁보다는 메르스 대응에 주력하면서 여론 추이를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다음 주까지 메르스 대란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당장 14일로 다가온 방미 일정과 한미정상회담, 국회법 개정안 대국민여론전은 오히려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서는 “메르스로 국민 건강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또 해외를 나가야 되겠느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다음 주중 메르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끝나면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금 전문가인 문 장관을 비롯해 부처 내 보건전문가가 극히 소수여서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방미 이후 이르면 7월 초중순경 총리 제청을 받아 4~5개 부처에 대한 중폭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