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벌써 13년, 이제 13년…잊지 말자 ‘연평해전’

2015-06-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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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성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영화 '연평해전'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전국민이 들떠 있을 때, 한반도 서해상에서 북한과의 해전이 벌어졌다.

2002년 6월 29일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 4위전이 있던 그날 오전 10시께 서해 연평도 NLL 인근에서 북한 경비정 684호가 대한민국 참수리 357호 고속정을 기습 공격했다. 1999년 제1연평해전 이후 3년만이었다. 약 30분간 진행된 치열한 격전 끝에 대한민국은 6명의 전사자와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참수리 357호는 침몰했다.

13년이 지났다. ‘벌써 13년’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도, ‘이제 13년’이라고 되새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념을 떠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연평해전’으로 인해 전사한 대한민국 장병들이다.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제작 로제타시네마)은 그 때 그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참수리 357호에 새로 부임한 윤영하(김무열) 대위는 원리원칙주의자다. 유능했던 해군 장교 출신인 아버지의 뒤를 따라 사명감이 투철하다. 시도 때도 없이 비상훈련을 실시해 대원들에게 원성을 산다.

조타장 한상국(진구) 하사는 따뜻한 인물이다. 천안함에서 전입온 의무병 박동혁(이현우) 상병의 어머니 생신에 맞춰 몰래 면회를 자청해 외박을 시켜준다. 박 상병도 한 하사를 친 형님처럼 따른다.

세 사람 모두 사연이 있다. 윤영하 대위의 아버지는 북한 간첩을 잡아 훈장을 받았지만, 사살하라는 명령을 수행하지 않아 조기 전역한 인물이고, 한 하사는 이제 막 결혼해 아내가 임신한 상태였다. 박 상병의 어머니는 농아인이었다. 말을 하지 못해 수화로 대화한다.

29일 오전 평상시와 같이 서해 경비를 위해 출동한 357호와 358호. 제1연평해전 이후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사건은 발생했다. 근접거리에서 북한군 등산곶 684호의 기습 함포공격을 시작으로 30분간 교전이 이루어졌다.

윤 대위의 해군사관학교 동기로, 최윤정(이청아) 대위가 이끄는 참수리 358호 정장이 전투에 참여하지만 357호와 북한 684호가 지근거리에 있어 쉽게 사격하지 못했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지휘를 하던 윤영하 대위의 지시에 따라 한상국 하사가 조타를 놓지 않고 돌려 358호가 공격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한다.

박 상병은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침대보를 찢어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너무나도 큰 부상에 역부족이었다. 한 하사에게도 다가가지만, 그는 “나는 배를 살릴 테니 너는 사람을 살려라. 대신 피만 좀 멎게 해주라”고 말한다. 키에다 손까지 묶은 한 하사는 그대로 산화한다.

윤영하 대위도 숨을 거두고, 총격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부정장 이희완(이완) 중위가 지휘권을 인수 받아 공격 명령을 내린다. 총상으로 손가락을 잃은 기관총 사수는 손바닥으로 총기를 잡고 사격을 계속한다. 국군의 초계함들까지 동원되고 나서야 북한군은 물러갔다.
 

[사진=영화 '연평해전' 스틸컷]

결국 제2연평해전으로 윤영하 대위, 조천형 하사, 황도현 하사, 서후원 하사, 한상국 중사(진), 박동혁 상병이 전사했다. 박동혁 상병은 부상으로 후송된 후 84일간 치료를 받다 숨졌다.

영화 ‘연평해전’은 30분을 전투장면에 할애를 했다. 실제 벌어진 전투시간과 동일하다.

일사불란한 경비정 실내의 모습은 ‘크림슨 타이드’의 한 장면이 연상되고, 30분의 전투장면 중에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것과 비슷한 시퀀스가 등장한다. 선혈이 낭자한 전투신 도중 사운드가 줄어들고, 영화관 내부는 영화와 호흡하듯 고요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김무열, 진구, 이현우 등 주연뿐 아니라 이완, 이청아, 천민희, 한성용, 김동희, 장준학, 권시현, 김지훈, 주희중, 김희찬 등 어느 누구 하나 어색함 없이 연평해전 당시를 생생하게 연기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면들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첨가된 팩션인데, 불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30분이다. 끝에 11분은 엔딩크레딧 때문이다. ‘연평해전’이 완성되길 기원하는 7000여명 후원자들의 이름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모두 ‘연평해전’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후원자들이다.

남북관계나 정치적인 면을 떠나 ‘연평해전’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역사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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