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특히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넉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초입 단계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5%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올 1월부터 한 갑당 2000원씩 오른 담뱃값 인상분과 주류 기여분의 합(0.58%포인트)을 제외하면 사실상 4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셈이다.
다만 소비자물가는 지난달(0.4%)보다는 0.1%포인트 올라 다소 상승세를 보였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라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근원물가도 전달보다 0.1%포인트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2% 상승했으며 5개월 연속 2%대를 나타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19.3% 하락해 저물가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 도시가스 값은 작년보다 20.9% 떨어져 전기·수도·가스 가격이 전체적으로 9% 내렸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를 1.01%포인트 끌어내렸다"면서 "올해 1, 3, 5월에 걸쳐 세 차례 내린 도시가스 가격 하락 영향도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물가가 4월보다 소폭 오른 데 대해서는 "채소류와 축산물 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2.7% 올라 세부항목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배추(85.9%)와 파(65.6%), 감자(25.7%), 마늘(17.2%), 고춧가루(9.8%), 돼지고기(7.6%) 값이 뛴 영향이다.
김 과장은 "농축수산물 가격은 배추, 파 등의 재배면적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며 "몇년간 가격이 좋지 않아 농민들이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공업제품은 작년 같은 달보다 0.3% 내렸다.
등유(-26.0%), 자동차용 LPG(-25.3%), 경유(-19.9%), 휘발유(-17.2%) 등 저유가 영향을 받은 유류 제품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서비스 가격은 1년 전보다 1.6% 상승했다. 물가를 전체적으로 0.88%포인트 끌어올렸다.
전세가격이 3.4%, 월세는 0.3% 올랐다. 집세 전체로는 2.4% 상승했다.
공공서비스는 0.5% 상승했다. 하수도료(7.6%), 요양시설이용료(6.5%), 외래진료비(1.9%)가 오른 영향이다. 부동산중개수수료는 2.3% 내렸다.
개인 서비스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1.8% 올랐다. 학교교급식비(10.1%), 구내식당식사비(5.5%), 공동주택관리비(4.0%), 중학생 학원비(3.2%)는 상승했지만 해외 단체여행비(-6.3%)와 국제항공료(-11.4%)는 내렸다.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4% 떨어졌다. 신선식품지수는 3.2% 상승해 2013년 8월(3.9%) 이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가 21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전했다.
김재훈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기저효과 소멸, 실물경제의 개선 등 하반기로 갈수록 상방요인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이란 핵협상과 예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과 여름철 기상재해 등 변동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