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인 대형은행 6곳이 대규모 환율 조작으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게 됐다. 은행들이 환율 조작 혐의로 지금까지 부과받은 벌금은 모두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이번 합의로 이들 은행은 기소를 면제받았지만 은행 직원 개개인은 형사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다.
환율 조작에 가담한 은행은 미국의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유럽의 바클레이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UBS 총 6곳이다.
JP모건, 씨티그룹, RBS도 외환시장 조작 혐의를 인정하고 미 법무부에 각각 벌금 8억9200만달러(약 9700억원), 12억7000만달러(약 1조3800억원), 6억6900만달러(약 7300억원)을 내기로 했다. UBS는 환율 조작 혐의와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3억4200만달러(약 3700억원)를 납부한다. BOA는 연준에 2억500만달러(약 2200억원)를 낸다. 이로써 환율 조작 혐의로 은행들이 지금까지 물게 된 벌금은 이미 부과된 벌금을 포함해 총 100억달러(약 11조원)로 늘었다.
세계 외환시장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 은행 직원들의 음모는 비밀 대화방이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미 법무부에 따르면 JP모건, 씨티그룹, 바클레이스, RBS의 트레이더들은 2007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약 5년동안 온라인 채팅방에서 기밀정보를 암호화된 대화를 통해 공유하면서 유로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환율을 조작했다.
자신을 ‘카르텔(기업담합)’이라고 묘사한 이들은 런던 외환 시장에서 마감 직전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규모 매입이나 매도 주문을 내 환율을 조작한 뒤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이른바 ‘초치기’ 수법이다. 세계 외환 거래의 40%가 이뤄지는 런던시장에서 환율이 조금만 변동돼도 환차익은 엄청나다.
이들 은행은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됐으나 아직 조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FT는 “영국 중대범죄수사국(SFO)이 사건 연루 직원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뉴욕주 금융부(DFS) 역시 조사를 종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