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심사 의뢰한 은행약관·상호저축은행약관을 심사한 결과 총 19개 유형의 조항을 시정요청했다고 22일 밝혔다.
시정요청한 내용을 보면 공정위는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은행 약관조항에는 ‘은행은 고객이 은행에 납부한 과거 1년간 수수료 합계 금액 이내에서 배상한다’라는 종합자금관리서비스 이용약관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은행 고의나 과실로 소비자 손해가 발생했을 때 배상은 통상 손해를 한도로 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 ‘은행은 필요시 서비스 종류와 내용을 추가·변경·제한할 수 있다’는 폰뱅킹서비스 이용약관도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서비스 중지·변경·제한 사유를 규정해도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하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은행·상호저축은행의 자의적인 추가담보 요구 조항도 개선을 요청했다. ‘거래처는 외환거래 채무와 관련 은행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은행이 만족할만한 담보를 제공하며, 환율·금리 등의 변동으로 담보가치가 부족한 때에는 추가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인을 세운다’는 외환거래약정서 약관조항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고객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거나 담보가치가 경미하게 감소한 경우까지 추가 담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전자금융서비스이용약관 중 '기타 관계법령 또는 약관을 위반한 때'라는 조항과 외환거래약정서상 '은행의 여신거래기본약관 제7조의 기한전채무변제의무의 발생사유가 있는 경우 은행은 이 약정서상 약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취소' 등 은행의 해지권 행사요건을 완화한 조항에 대해서는 해지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고 시정했다.
‘일방 당사자가 본 약정을 개정 또는 해지하겠다는 서면 통지를 약정 만기일로부터 최소 30일 전에 상대방 당사자에게 보내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1년 단위로 연장된다’라는 포페이팅거래 기본약정서 조항도 약관법 제12조 제1호에 해당한다며 개선을 요청했다.
계약만료일 전까지 계약만료일의 도래 사실 통지 및 계약 갱신 여부에 대한 최고 절차를 이행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까지 고객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동일한 계약이 유지된다는 취지를 명확히 규정하라고 제시한 것.
특히 은행의 고의·중과실을 불문하고 책임을 면제한 조항도 지적했다. ‘은행은 이용기관이 전송한 거래지시 또는 자료 등이 착오, 오용, 유용, 위조, 변조 및 기타의 사고에 의한 것이라도 은행은 그 처리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한 펌뱅킹서비스 이용계약서 조항은 회사의 책임을 배제하고 있어 시정요청했다.
이 외에도 은행이 담보권을 실행할 때 은행이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방법에 따라 처분할 수 있도록 정한 조항, 고객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에 따른 은행의 불이익처분에 대해 일체의 이의제기를 금지한 조항, 계약기간 종료 후 저축은행의 판단에 따라 처분할 수 있도록 정한 조항 등도 개선할 유형이다.
민혜영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금융약관은 전문용어 사용 등으로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소비자들의 이의제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에 시정된 은행·상호저축은행약관 뿐만아니라 금융투자약관·여신전문금융약관 등 금융약관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심사 등 불공정한 약관조항을 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