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최근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전세가율이 100%에 육박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전세 물건이 귀해지면서 전세가와 매매가와 차이가 900만~1000만원 수준에 그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2억원 안팎이었던 이 단지의 전세가는 해를 넘기면서 4000만원 이상 뛰었다.
전셋값에 900만원(취득세‧등기비 등 제외)만 보태면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전세 수요는 많지만 물건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매매가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종암동 소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건축 이주로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강동구 역시 암사동 ‘선사 현대’ 전용 59㎡의 전세가가 지난달 초 기준 최고 3억3000만원으로 매매가 3억4000만원 대비 전세가율이 97%에 달했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1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강동구 평균 전세가율 62.3%와의 격차가 34%포인트를 웃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세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물건의 경우 전셋값에 1000만~2000만원만 얹으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 1차’ 역시 전용 59㎡의 지난달 6, 14일 기준 전세가가 2억9000만원으로 매매가 3억1650만원 대비 전세가율이 91.6%로 집계됐다.
경기에서는 전세가율이 90%대를 넘어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화성시 병점동 ‘병점 한신’ 전용 60㎡의 전세가는 지난달 기준 최고 1억7000만으로 매매가 1억6900만원 보다 100만원 높았다.
이 같이 전세가가 매매가와 맞먹을 정도로 치솟은 것은 전세물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건이 없다 보니 월세 시세와 별개로 전세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0.2%로 지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전세가율은 서울 66.1%, 경기 69.5% 수준이지만, 개별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0%를 넘어선 곳이 많다.
전셋값이 급등하자 아예 집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성북 동아에코빌’은 지난달 신고된 매매거래가 10건인데 반해, 전세 거래는 3건에 그쳤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 현대도 같은 달 전세거래가 9건으로 매매거래 10건 보다 적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더 높아져 집이 경매 등으로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되돌려 받기 어려워지는 ‘깡통전세’ 속출을 우려하고 있다.
전세계약 이후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가가 매매가 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선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최근 전세난이 서울에 이어 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한동안 외면 받던 보증부 월세까지 물건이 부족할 정도”라며 “매매가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날릴 수 있는 만큼 계약 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