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던 그리스 문제와 관련 20일(이하 현지시간)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긴급회의에서 2월말 시한이 종료되는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이 회피되면서 금융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1일 국내 TV방송에 출연해 “긴축재정과 구제금융의 끝을 보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서 이긴 것은 아니다. 진짜 어려움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언급했다.
EU도 이번 합의에서 “그리스의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는 일정한 배려를 보였으나 그리스의 주장은 대부분 채택되지 않았다. 그리스 국내 언론도 “치프라스 정권이 상당히 큰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논조가 대부분이다.
그리스는 23일까지 향후 계획한 구조개혁안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4월말까지 EU와 국제통화기금(IMF)과도 구조개혁안을 놓고 합의를 해야 한다.
그리스는 이번 유로그룹 긴급회의에 앞서 구제금융의 6개월 연장을 요청했으나 4개월로 단축됐다. 이는 7~8월에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보유하는 대량의 국채 상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이 시기에 거액의 자금이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돼 그 전에 연장 시한이 종료된다는 의미다.
ECB 국채 상환 만기가 다가오는 6월말까지 그리스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면 또 다시 EU 등과 구제금융 계속과 긴급 융자 등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
이는 그리스가 당분간 재정 파탄과 유로존 이탈을 회피한 반면, 앞으로 EU와 계속해서 개혁과 긴축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 4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는 평가가 많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구조개혁 리스트의 제출을 요구받은데 대해 “그리스는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합의에서 재정흑자의 수치 목표가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 평가했다.
그리스는 2015년 기초적 재정수지의 흑자 목표에 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서 1.5%로 내릴 것을 주장해왔다. 이번 EU과의 합의에서 수치 목표 제시가 없는 애매함이 인정된데 대해 “새로운 방향으로 가기 위한 작은 한걸음”이라고 자평했다.
한편 EU는 그리스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해왔다. ECB는 지난 2월초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융자하는 특례조치를 폐지했다. EU는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독일이 중심이 돼 그리스에 대한 긴축재정 지속을 압박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총선이 실시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반긴축 세력이 승리하는 것을 우려해 그리스에 대한 엄격한 자세를 견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금융시장의 반응은?
그리스 정부와 EU가 4개월의 구제금융 연장안에 합의하면서 그리스 자금 조달 악화 우려는 불식됐다. 단기적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저하됐으며 그리스의 장기금리 상승과 은행주 하락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발 금융위기가 회피되면서 세계적 주식시장 강세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외환시장에서는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 합의로 유로화가 달러대비 유로당 1.14달러까기 급상승했으며, 뉴욕증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54.67 포인트 상승한 1만8140.44로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이틀에 걸쳐 장중 2100선을 넘었던 S&P 500지수는 장 막판 그리스발 훈풍에 다시 12.85포인트(0.61%) 상승, 2110.30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31.27포인트(0.63%) 오른 4955.97을 기록해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