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주은 기자 = 당연히 메이저리그행이 결정될 줄 알았던 김광현마저 협상 결렬로 미국행이 좌절됐다. 포스팅 금액이 낮아 거절했던 양현종과 함께 김광현은 미국행의 꿈을 최소 내년으로 접어야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최고가 아닌데 세계에서 최고의 선수들만 모이는 메이저리그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12일 SK측은 김광현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계약에 합의하지 못해 협상마감시한을 넘겼다고 밝혔다. 포스팅금액 200만달러에 개인 협상만 남겨뒀던 김광현은 샌디에이고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메이저리그가 어떤 무대인가.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만 모이는 곳이다. 그 박찬호도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바 있고, 국내무대를 압도했던 류현진도 메이저리그를 압도하지 못한다. 즉 최고 중의 최고만이 갈 수 있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물론 양현종과 김광현은 뛰어난 투수다. 그러나 그 최고였던 순간이 과거라는 점이 문제다. 양현종은 올 시즌이 최고라 할지라도 사실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했던 선수였고 김광현은 최고였던 것이 오래전 일이다.
솔직히 터놓고 말하면 양현종은 프로 8년간 평균자책점 3점대를 두 번 밖에 해보지 못한 투수다. 게다가 170이닝 이상을 던진 것도 올해가 처음(171.1이닝)이었다. 다승, MVP, 평균자책점 1위 등 타이틀을 따낸 적도 단 한 번도 없다. 국내에서는 ‘좋은 선수’인 것은 맞지만 엄밀히 말해 ‘최고’의 지위에 오른 적이 없는 선수였다.
김광현은 전성기가 2008~2010 3년간이었다. 당시 평균자책점 1위(2009년), 다승, 탈삼진 1위(2008년)을 기록했을 정도로 환상적인 시즌을 보낸 바 있다. 당시만 해도 김광현은 류현진과 함께 국내 최고의 에이스 양대산맥이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부상 등 다양한 이유로 추락을 거듭했고 올해 다시 부활하긴 했지만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즉 가장 최고였을 때가 아닌 그보다 하락한 상태에서 메이저리그행을 두드린 것이다.
농구만화 ‘슬램덩크’에는 미국 진출을 하려는 서태웅을 두고 스승이 ‘국내 무대를 정복하고 가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외국인 선수들까지 넘어 최고에 오른 그 순간,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를 도전해도 늦지 않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메이저리그는 이번처럼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