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끊임없는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한한공 등기이사, 대한한공 계열사 대표이사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라면 상무’와 쌍벽을 이루는 ‘갑질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 부사장의 ‘땅콩 회항’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특히 대한항공은 유출자를 찾겠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카카오톡까지 ‘검열’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더욱 키우기도 했습니다. 사태에 원인을 찾지 않고 책임만 피하려 했던 행동이 더 큰 파국을 불러온 셈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직원들의 블라인드 앱 및 카카오톡 사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내부 정보 유출을 우려한 움직임이라는 하는데, 그보다는 직원들의 ‘입단속’을 하겠다는 의지가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블라인드 앱과 카카오톡을 막는다고 기업의 치부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이번 ‘땅콩 회항’ 사건 역시 ‘올 것이 왔다’라는 내부 반응이 말해주듯, 진작부터 바로잡아야 했던 ‘고질병’이 끝내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온 형국입니다. 블라인드 앱이 ‘원인’이고 카카오톡이 ‘책임’이라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블라인드 앱이 기업 문화 조성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익명이라는 보호막 아래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솔직히 털어놓기에 이를 잘 활용하면 근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문제일 뿐, 블라인드 앱이나 카카오톡을 마치 ‘기밀 유출’의 원흉으로 몰아가는 건 그릇된 생각입니다.
건강한 기업, 아니 적어도 상식적인 기업은 블라인드 앱이 있든 없든, 사내 단톡방이 수십개에 이르든 말든 그것이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블라인드 앱과 카카오톡은 모두 소통이 한 방식이기 때문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그 소통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받아들이는가 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