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시한 넘긴 예산안…올해도 불명예 이어갈까

2014-11-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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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법정시한 넘기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

누리과정 등 심시 지지부진…늑장처리 되풀이 우려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오는 12월 2일 국회 예산안 심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 처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지난 2002년부터 11년간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지 못하며 늑장대응으로 일관했다. 최근에는 12월 31일이나 1월 1일 자정에 처리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일명 ‘제야의 예산’, ‘타종 예산’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올해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 처리될지 여부가 새삼 시선을 끄는 것은 올해부터 국회 선진화법이 적용되면서 법정시한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가 올린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 때문이다.

다음달 2일까지 국회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도 정부 예산안이 지난 11년간 관행처럼 굳어진 연말 예산처리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 등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면서 심사가 지지부진한데다 자동 부의 제도 곳곳에 허점이 있어 ‘늑장처리’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24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헌법 제54조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국회는 정부 제출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지난 2002년 11월에 다음해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 지난해까지 11년간 단 한 번도 이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 매년 12월 2일이 지나서야 예산안을 처리하는 일이 반복됐다.

특히 2004년과 2009년, 2011년, 2013년은 12월 31일에 예산안이 처리됐다. 의결 시한 준수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보니 제야의 종소리에 맞춰 회계연도 시작 직전에 간신히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2012년에는 심지어 데드라인인 12월 31일을 넘겨 1월 1일 오전 6시께 예산안이 처리됐다. 미국처럼 셧다운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편성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올해는 개정 국회법에 따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인 12월 1일 정부 예산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여야가 예산안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만큼 법정 시한 내 신속 처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 부의 조항이 생겼다고 해서 예산안 처리가 제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매년 10월 2일까지 제출하던 예산안을 개정 국회법이 처음 적용되는 올해에는 열흘 빠른 9월 22일에 국회에 넘겼다.

다만 국회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대립으로 여러 달 파행을 거듭하면서 예산 심사 시작은 오히려 예년보다 늦어졌다. 게다가 누리과정 예산,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국정조사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 처리는 난항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자동 부의를 막지 못한다고 해도 본회의에 정부안이 올라간 상태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처리를 미룬 채 예결특위를 계속 가동하거나 막후 협상을 하는 방식으로 수정안을 만들어 내는 ‘꼼수’도 지켜볼 사항이다.

또 정부 원안과 여당 수정 동의안 동시 상정 등의 방법으로 단독 처리가 강행된다면 미처 반영하지 못한 예산을 내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으로 담는 ‘기형적 해결 방안’까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국회가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쟁점 사안 등이 많아 시한을 맞추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여야 모두 시한 준수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늑장처리가 없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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