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평도 포격도발을 기억하며

2014-11-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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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태 대전현충원 현충과장

[신준태 대전현충원 현충과장]


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그대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오늘도 우리는 평온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故 서정우 하사와 故 문광욱 일병의 묘소 옆 추모의 벤치에 누군가 써놓고 간 엽서에 담긴 내용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따스한 가을을 만끽하는 것도 찰나의 순간이며, 어느덧 코끝에 찬바람이 스치는 것을 보니 겨울이 다가오나 보다. 찬바람에 추위를 맞는 앙상한 나무의 낙엽도 생명을 다하려는 듯 힘겹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곧 세찬 바람이 불면 그마저도 떨어져 화려했던 단풍의 모습은 사진으로만 남겨진다.
비단 낙엽만 그러하겠는가. 일상의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한 순간의 찰나가 돼 머릿속에서나마 희미하게 기억된다. 그러나 잊지 않고 되새기며 기억해야 할 순간들이 있다.

올해로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은 지 4주기가 되는 날을 앞두고 故 서정우 하사와 故 문광욱 일병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의 묘소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평도를 지키다 장렬히 전사한 희생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매년 개최하고 있는 추모행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매년 잊지 않고 찾는 이들이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4년 전인 2010년 11월 23일 평화롭던 연평도 마을에 해안포와 곡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00여 발의 무참한 폭격이 가해졌다. 북한의 포격 도발로 인해 연평도에서 복무하던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했으며, 민간인 3명과 해병대원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염에 휩싸인 당시 연평도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고 주민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다.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개인의 목숨보다 국가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던 故 서정우 하사는 휴가를 가기 위해 부두에서 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중 북한의 포탄 공격이 시작되자 지체 없이 귀대하다 포격을 맞고 전사했다.

또한 故 문광욱 일병은 북한의 기습공격에 신속한 반격을 준비하던 중 파편상을 입고 전사했다. 꽃다운 청춘을 조국에 바치고 피지도 못한 젊음의 꿈을 고이 접고 잠든 두 장병의 희생과 헌신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 진다.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은 지 이제 4년여가 되는 지금도 연평도 주민들은 검게 그을린 채 남겨진 그 날의 흔적 속에서 공포와 처참함을 기억하며 불안과 초조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 어떤 이는 잔혹한 당시의 기억으로 연평도에 쉽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해가 가면서 지난 날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과 각오를 하듯이 올해의 달력을 한 장 남겨놓은 시점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의 뼈아픈 기억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두 젊은 장병의 헌신과 용기를 다시금 기억하고 되새겨보자.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두 전사자 묘소와 추모의 언덕 및 추모의 벤치가 마련된 공간에 들러 한 송이 헌화와 함께 추모의 마음을 전해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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