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프로골프투어의 경기위원들은 보수를 받습니다. 그러나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들에게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골프를 사랑하고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자세를 지닌 18명 봉사자들의 순수한 뜻이 있을 뿐입니다.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KGA 경기위원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이가 있으면 그로써 만족합니다.”
한국골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골프협회(회장 허광수) 이성재 경기위원장(65)은 2014년 한 해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스포츠라고 한다. 이는 심판이 없이도, 골퍼 스스로 규칙을 적용해 판정한다는 의미이지, 심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식대회에서 플레이어들이 규칙 해석으로 논란을 벌일 때에는 심판이 필요하다. 그래서 프로골프투어는 물론 초·중·고 대회에서도 심판(경기위원)을 둔다.
그들에게 힘이 되는 것은 봉사·희생 정신과 자긍심이다. 그런데도 플레이어나 그와 관련된 사람, 갤러리들한테서 비난이나 항의를 듣곤 한다.
“별의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 지난달 전국체전 때의 일입니다. 해외부에 출전한 중국 교포가 1등을 했는데, 알보 보니 그 선수는 아마추어 자격이 없었습니다. 한 대회에 나가 부상으로 승용차를 받은 적이 있더라고요. 규칙상 1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상품을 받을 경우 아마추어 자격이 상실됩니다. 그 사실을 다른 선수들이 알고 어필해와 금메달을 박탈했지요. 해당 선수단으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습니다. 경기위원들이 선수에게 벌타나 불이익을 주는 판정을 할 경우 협박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선수가 규칙위반을 한 사실을 아버지가 제보해와 그 선수에게 실격을 내린 일도 있습니다. 경기위원들 말을 들어보면 신체적·정신적인 협박을 받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일이 허다합니다. 한 대회, 그러고 1년을 지나면 폭삭 늙어버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위원장은 1998년 KGA 경기위원으로 들어왔고, 2012년부터 KGA가 주관하는 대회의 경기를 관장하고 있다. 올해 열린 KGA 주관대회는 20개이지만, 예선까지 포함할 경우 25개에 달한다. 위원장이다 보니 전 대회에 출장한다. 대회당 나흘만 잡아도 연간 120일을 꼼짝없이 대회에 매달려야 하는 ‘극한 직책’이다.
그는 지난 5월 US여자오픈 한국예선 때 경험한 일을 잊지 못한다. “미국골프협회에서 파견나온 사람이 깃대에 대해 지적하더라고요. 당시 깃대에 스폰지 같은 것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떼고 순전히 깃대와 깃발만 있도록 하라더군요. 깃대에 붙은 스폰지나 이물질이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소한 데에도 신경쓰는, 그들의 철저함에 놀랐습니다. 국내 골프장들도 깃대에 이물질을 일절 붙이지 않아야 명문 축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2015년까지다. 그는 “제가 있는 동안 한국 골프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를 듣기를 바란다”며 “골프에 대한 우리 선수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한국골프의 위상이 미국·일본 등 골프선진국 수준이 되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