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한 마디로 말해 ‘다자적 협력’으로 요약된다.
2009년 1월, 미국 건국 이후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설사 “리더십이 부재하고 미국의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는 등 정치적 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다자적 협력’ 리더십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리더십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정치적 성향보다는 집권 과정에서 그가 처했던 국내ㆍ외 상황에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건국 이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2008년 가을에 발발해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민심 이반이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발 금융위기를 수습해 나락으로 떨어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 위기로 확산된 상태였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해 국외적으로는 세계 각국과, 국내적으로는 야당 등 반대파들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다자적 협력’ 리더십은 최소한 지표상으로는 미국 경제 회복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 9월 미국 실업률은 5.9%로 지난 2008년 7월 5.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 역시 전기 대비 연율로 올 2분기 4.6%, 3분기 3.5%를 기록해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국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현재는 ‘리더십 부재와 무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봄 이뤄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과정에서 미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지켜보기만 했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확산을 막지 못했다.
IS의 각종 잔혹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의 분노가 들끓고 있고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은 IS 격퇴를 위한 지상군 파병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시리아의 '온건 반군'에 무기를 주고 훈련시켜 IS와 싸우도록 하고 있지만 온건 반군이 최근 IS와 동맹을 맺은 급진 반군에 패퇴하고 있다.
또한 최근 퍼거슨시에서 한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인종 차별은 여전히 미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흑인 대통령 탄생이 인종 갈등을 상당 부분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도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에도 ‘다자적 협력’ 리더십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정례 브리핑에서 “과거 대통령들은 중간선거 패배의 여파로 행정부 고위 관료를 경질할 필요를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이번 주 후반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중간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백악관 참모진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