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行 요우커는 황새 걸음, 국내 항공사는 뱁새 걸음

2014-11-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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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제주도를 찾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정책적 한계로 인해 이들 수요를 쫒아가기 벅찬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중국 항공사들이 그 수요를 흡수해 국내 항공사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2일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에 입도한 중화권 관광객은 1월부터 꾸준히 증가해 1월 8만6419명이었던 것이 지난 8월에는 45만693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5월 전달에 비해 6000여명이 줄어 잠시 주춤했으나 증가세는 매월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8월에 제주도를 찾은 중국관광객 45만359명은 전년 동기 대비 28.5%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제주도에 입도한 전체 관광객 비율에서도 중화권 관광객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4월에는 82.6%에 불과했으나 8월에는 95.5%까지 늘어났다.

중화권 내 입도 관광객들 추이를 비교해도 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대만은 5.1%, 홍콩은 14.6%가 감소한 반면 중국은 28.5%가 증가했다.

결국 중국에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건데, 정작 국내 항공사들은 이 같은 수혜를 제대로 입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 항공협정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이 제주발 중국 노선을 이용하는 데에는 연간 최대 4개월, 연속으로는 3개월 동안에만 임시편을 운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항공사들은 제주도의 항공자유화에 따라 자유롭게 노선을 개설할 수 있다.

그나마 국내 항공사들이 개설할 수 있는 임시편도 노선당 1개 항공사로 제한돼 있어 중국 쪽에서 신규 정기 노선을 개설할 경우 같은 노선에 국내 항공사가 임시편을 운항하고 있었더라도 이를 접어야 한다.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는 "보통 중국 임시편이 3달을 운항하긴 하지만, 중국측으로부터 매달 임시편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운항 중간에 중국 항공사가 노선을 개설하면 우리는 운항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이는 정부에서 향후 중국과 항공협정을 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 중에서 제주도에서 출발하는 중국 정기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곳은 진에어가 유일하다.

진에어는 현재 지난 2012년 취항을 시작한 제주~상하이 노선과 올해 신설한 제주~취안저우, 제주~시안 등 세 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제주~상하이 노선은 연 평균 90%를 넘나드는 높은 탑승률을 보이고 있고, 취안저우와 시안 노선 역시 꾸준히 높은 탑승률을 보이고 있다"며 "탑승객 들도 95% 이상이 중국인 승객"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로서는 중국발 제주 노선의 이점이 또 있다. 최근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 수요에 더해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 대부분이 서울도 함께 관광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 입장에서 제주 노선을 통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면 김포~제주 노선까지 함께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국내 항공사들은 신규 중국 노선 개설이 어려운 한중 항공협정 탓에 적극적인 노선확장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국 항공사들은 공격적으로 제주행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제주~중국 노선에서 국내 항공사를 이용한 관광객은 35만6843명으로 지난 2011년 15만6104명에 비해 두배 정도 느는데 그쳤지만, 중국항공사를 이용한 관광객은 2011년 17만6263명에서 올 9월까지 107만3901명으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같은 추세라면 제주~중국 노선은 일단 개설만 한다면 수익성이 나는 노선"이라며 "정책적으로 해결돼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눈 앞에서 중국 항공사들에게 승객을 빼앗기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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