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심층 기획] 단통법 시행 14일…전국민 '앵그리버드' 만들다

2014-10-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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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정수·정광연·박현준 기자 =합리적인 보조금(방송통신위원회 고시상 '지원금')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이후 소비자들의 불만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심층 기획에서는 △단통법 시행 2주차까지의 정책 변화 및 이에 따른 고객 반응 △시장 혼란을 노린 중국산 스마트폰의 역습 △직영 대리점 등 판매 현장의 목소리 등을 통해 단통법이 당면한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 소비자 혜택 '꽝'... 다같이 비싸게 산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으로 인한 이동통신 시장의 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소비자 불만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단통법 도입 취지가 소비자 차별 없이 휴대전화 교체 비용을 줄이고 통신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이었는 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부가 정한 법적 상한금(30만원)의 절반도 못 미치는 보조금으로 오히려 모든 국민이 비싸게 단말기를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주간 단위로 바뀌는 보조금 규모는 이동통신사들의 '눈치보기'로 실제 조정 폭이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쳐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단통법이 '전국민 호갱(어리숙한 고객)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이통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이통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후 지난 8일까지 이동통신사(MNO)의 하루 평균 번호이동 수는 8441건(영업일수 5일)으로 지난 9월 평균인 2만5508건(영업일수 19일)에 비해 66.91% 감소했으며 8월 평균(2만330건·영업일수 20일)보다는 58.48% 줄었다.

지난 1일 단통법 시행 후 공시된 첫 보조금 규모가 예상보다 적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단통법 시행과 함께 3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예상했으나 단통법 시행 첫 주에는 새 단말기에 대한 이통 3사의 보조금 평균이 10~15만원선에 지급됐다.

8일 두 번째 보조금 공시는 이통 3사가 시행 첫 주보다 4~8만원 정도 늘렸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보조금 규모가 예상보다 낮다고 공식적인 우려를 나타내는 등 정부의 주문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에서는 서명 운동을 통해 항의하는 등 여전히 보조금 액수가 적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워치는 단통법은 이동통신사 간 가격경쟁 요인을 제거해 소비자 이익에 악영향을 끼치고, 영세 판매·대리점의 경영위기도 초래하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컨슈머워치는 단통법 폐지를 위해 의견서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고 소비자 1만명의 서명을 모아 단통법 폐지 입법청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통사 보조금의 묵시적 담합은 사회적인 압박으로 조만간 깨질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구입을 미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닌 이통사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면서 정부의 졸속 대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통사의 소비자 혜택은 크게 줄고 오히려 이통사 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정부가 이통사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경쟁사 보조금 동향에 맞춰 짬짜미(담합)이 이뤄지는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마케팅 비용이 통제된 보수적 수준에서 집행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에 평균 보조금이 5% 인하되거나 단말기 판매대수가 5% 줄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순이익은 각각 4.1%, 8.5%, 10.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단통법 시행 후 통신비 가계 부담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돌아온 혜택이 전무하다시피 하면서 이통 시장 변화가 요동치고 있다.

우선 중고 휴대전화 하루 평균 가입자가 4800건으로 9월 평균(2900건)에 비해 63.4% 증가하는 등 중고 휴대전화로 이통서비스에 가입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고 휴대전화로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매월 납부요금의 12%)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부터 연말까지 이동통신 3사의 2년 약정 만료자는 250만명이다. 앞으로 2년 약정이 끝나는 이용자가 매월 약 70만~100만명씩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중고폰 가입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폰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제조사는 울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루 스마트폰 판매량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4만2000대를 팔았으나 이달 들어서는 2만대가량 판매에 그쳤다. LG전자 역시 지난달 1만3000대에서 이달 4000대로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틈을 타 중국 화웨이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해외 휴대전화가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제조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초기부터 우려됐던 문제들이 잇달아 노출되면서 조속한 개선책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과 실효성을 따지기는 아직 이르지않냐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중국 스마트폰의 습격…“공기계가 더 싸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시행으로 중국 등 해외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늘며 국내 업체들이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줄인 상황에서 국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판매 가격이 시행 전보다 올라가다보니 소비자들이 애초에 출고가가 낮은 외산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자급제(소비자가 공기계를 구매하고 이통사를 선택한 후 개통해 사용하는 방식)로 공급되는 외산폰은 단통법 시행 후 보조금 대신 그만큼의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낮은 출고가에 예전에 없던 요금 할인 혜택까지 더해져 외산폰이 소비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외산폰 강세는 오픈마켓의 외산폰 판매량 추이에서도 알 수 있다. 더이상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G마켓의 경우 샤오미·화웨이 등의 외산폰 판매량은 지난달 첫째 주에 비해 이달 첫째 주 약 2.7배 늘어났다.

인터파크에서는 9월 넷째 주에 비해 이달 첫째 중의 외산폰 판매량이 8% 증가했다.

이 중 샤오미가 70%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아수스(15%), 원플러스원(10%), 화웨이(5%) 등이 뒤를 이었다.

옥션은 이달 첫째 주 새 제품 및 중고품의 해외 스마트폰 공기계 판매량이 전주에 비해 20% 늘었다.

특히 노키아와 HTC의 제품은 신제품 30%, 중고품 100% 각각 급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 제조사 외에 주로 자급제로 스마트폰을 공급하던 소니도 최근 신제품 엑스페리아Z3와 엑스페리아Z3 콤팩트를 출시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소니는 두 제품들을 SK텔레콤과 KT의 대리점에서 판매하지만 자급제 형식의 판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MVNO) 사업을 하는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X3'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국내 제조사의 고급 스마트폰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성능에 저렴한 가격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X3는 13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에 5인치 풀HD(1920X1280) 디스플레이, 안드로이드 4.4 킷캣 운영체제 등의 고급 사양을 보유했지만 출고가는 52만8000원으로 거품을 뺐다. 80~90만 원 대에 출시되는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에 비해 30~40만 원 가량 싸다.

미디어로그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 유모비에서 X3를 번호 이동으로 LTE 60 요금제에 24개월 할부로 가입할 경우 22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30만8000원에 구매 가능하다.

12일 서울의 주요 LG유플러스 매장을 둘러본 결과 아직 X3 단말기를 볼 순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X3를 선보이면 고가의 고급형 스마트폰이 필요 없는 실속파 사용자들이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LG유플러스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지금은 각 통신사의 보조금이 단통법 시행 전보다 크게 줄어 소비자들의 구매 가격이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며 "최신형이 아니어도 좋다면 인터넷, 모바일 메신저 등을 하기에 문제가 없고 저렴한 해외 스마트폰을 사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 고객도 매장도 불만 폭주, 누구를 위한 단통법인가

#종로구에 위치한 SK텔레콤 직영 대리점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무겁고 적막한 분위기였다.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 한산한 모습이었으며 상담을 받던 몇몇 고객들도 기대보다 훨씬 낮은 보조금 액수에 발길을 돌렸다. 가격 경쟁력을 광고하던 호객 팻말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통화 품질을 강조하는 낯선 문구가 빈 자리를 채웠다.

#올레KT 대리점은 결합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집전화와 인터넷 결합 등 기존 상품들을 알리는 플랜카드까지 매장 입구에 설치됐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오히려 낮아진 보조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일선 매장에 집중되고 있어 실적에 쫓긴 직원들의 피로도가 극심한 상황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객 불만뿐 아니라 일선 매장들의 고충도 늘어나면서 단통법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양상이다.

주말 직전인 지난 10일 직접 찾은 이통3사 직영 대리점의 분위기는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단통법 시행 이후 매장 방문 고객의 발걸음이 뚝 끊긴 것은 물론, 간간히 찾아온 손님도 예상보다 낮은 보조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SK텔레콤 매장에 근무하는 강일수(남, 가명)씨는 “홈페이지에 공지된 보조금만 지급된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방문한 고객들이 실망 속에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일부는 대기업이 너무 돈만 밝히는 것 아니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며 “추후 보조금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아 조금 더 기다려본 후 구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최신 기종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출고가 95만7000원)를 기준으로 할때 SK텔레콤은 11만1000원, KT 12만2000원, LG유플러스 11만원의 공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마저도 각각 LTE 100, 완전무한 97, LTE 무한대 89.9 등 고액의 요금제를 2년 약정으로 사용해야만 지급받을 수 있다. 단말기 최종 가격과 요금제를 감안하면 한달 평균 10만원에 육박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이통3사 직영점들은 단말기 판매(신규 및 번호 이동)보다는 결합 상품 쪽으로 고객을 유도하고 있다. 올레KT 매장의 박정아(여, 가명)씨는 “낮은 보조금 때문에 제품 판매가 어려워 인터넷과 집전화를 결합한 상품 등 부가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소비자 관심도가 낮아 보조금 인상 등 대안 마련이 절실한 형국”이라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중고폰 구입 및 중저가 요금제 가입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갤럭시노트4 등 신제품 판매 부진에 따른 반작용일 뿐 단통법의 긍정적인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게 일선 매장 직원들의 진단이다.

고객이 크게 줄며 대리점 운영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LG유플러스 매장의 유상룡(남, 가명)씨는 “직영점의 경우 최대 15%의 추가 할인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출시된지 오래된 구모델에 적용되기 때문에 효과가 거의 없다”며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보니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어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소비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가열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들 간의 중고폰 직거래와 샤오미 등 중국산 스마트폰 해외 공동 직구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단통법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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