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정부가 일본군의 과거사 폭로전을 통한 적극적인 역사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자행한 만행으로 피해를 입은 중국인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나섰다.
14일 신징바오(新京報)는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 펑룬(豊潤)현 판자위(潘家峪)촌의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약 60억 위안(약 98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중국내에서 중일전쟁 관련 배상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민간단체 ‘중국민간대일배상청구연합회’를 통해 진행된다. 또 유족 1200여명 중 우선 30명이 유족대표로 원고측에 서게되며 이들은 1조에 달하는 배상금과 함께 일본의 공식적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다.
생존자 중 한 명인 판서우리(潘守力·86) 할아버지는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노인, 부녀, 아이 등 노약자들이 학살된 것”이라면서 “일본군이 마을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하고 흉기 등으로 끔찍하게 살해했다”고 회고했다.
퉁쩡(童增) 중국민간대일배상청구연합회 회장은 "'판자위 학살'은 일본침략자들이 중국에서 저지른 전체 죄악으로 따지면 모래 알갱이 하나같은 것"이라며 "피맺힌 빚은 반드시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변호사를 고용해 자료를 정리하고 유가족들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이번 소송이 법원에 안건으로 올라간다면 중일전쟁 중 학살된 중국인 유족들이 국내법정에 처음으로 제기하는 대일 집단소송을 사례가 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체제 집권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대일공세에 중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올해 들어 일본을 상대로 한 중국인들의 소송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일제의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중국인 피해자와 유족 등 700명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총 7억 위안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 원창(文昌)시 둥거(東閣)진 아오터우(鰲頭)촌 주민 5명이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