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정부가 담뱃세 인상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자 담배업계가 진땀을 흘리고 있다.
최악의 경우 수천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담뱃세 인상으로 판매량까지 곤두박질 치면 담배업체들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칼 빼든 정부 "담뱃세 인상으로 금연 정책 확산"
10년 동안 논란만 일으키다 국회에 계류 중인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이 9개나 되고,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기획재정부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담뱃세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 담뱃세 인상은 예전과 달리 점차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들어 담뱃세 인상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개월동안 수차례에 걸쳐 국내 담뱃값이 세계 주요 국가에서 가장 싸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담뱃값은 2012∼2013년 기준 세계 주요 41개국 담배 가격 비교에서 가장 낮았다. 41개국 중 1위인 노르웨이의 담뱃값은 14.5달러(약 1만6477원)로 한국 담뱃값의 6배가 넘었다.
◇ 엎친데 덮친격 … 담배업계 초긴장
담배업계로서는 엎친데 덮친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백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담뱃세 인상까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에 적극적인 공세에 담배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담뱃세가 인상되면 사실상 담배값이 인상되기 때문에 판매량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뱃세 인상으로 판매량이 하락하면 담배기업들은 세금 이외 담뱃값도 올릴 수밖에 없다"며 "판매량이 떨어지는데 기업들의 마진은 그대로 둔 채, 실적 악화를 쳐다만 볼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담배업체들은 담배값 인상을 마음 놓고 단행할 처지도 아니다.
정부의 세금 인상과 별도로 담뱃값을 올려 잇속을 챙긴다는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위해업종으로 취급받는 담배업계에 가격 인상 논란까지 번질 경우 해당 업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자니 여론이 무섭고 가만히 있자니 실적 악화가 걱정된다"며 "정부의 담뱃세 인상 움직임에 해당 업체들은 죽을 맛"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담배업계는 한국납세자연맹 등 연합군을 통해 "담뱃세 인상은 서민물가를 올리는 주범이 될 수 있다"며 정부에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기업들을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담배업계의 고충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으로 인해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각 담배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며 53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소송 과정에서 가액을 더 늘려나갈 것으로 보여 최대 2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 담뱃값 인상 정말 가능할까?
일각에선 담뱃값 인상 논란은 10여년간 수없이 되풀이 됐기 때문에 이번도 말만 무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0년간 담뱃값 인상 시도가 번번이 무산된 것은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보다는 서민층 부담이 커진다는 반론이 더 거셌기 때문이다.
때문에 담배소비자협회 등이 정부의 논리에 맞서 주장하는 초점도 '서민물가'에 있다.
담뱃세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똑같은 부담하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저소득층 세 부담이 커지는 조세 역진성이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한국납세자연맹 측은 "담배부담금의 경우 본래 고유 목적사업을 위한 금연사업에는 지출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세금을 인상하려고만 하는 것이 서민증세, 서민 부담 가중으로 비춰져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이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민들이 세금 인상에 동의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세금 인상 이유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