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는 7일 오후 4시 30분께 지하 전력구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시작됐다.
녹산변전소에서 녹산산업단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지하터널 1.7㎞ 구간 중 306m 지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전력구 내 전선 케이블과 받침대 일부가 불에 타 전력공급이 일시에 차단됐다.
이로 인해 인근 3251곳의 주택과 공장에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변전소가 있는 녹산공단 1번 신호등과 5번 신호등 구간에 모여 있는 업체 500여곳에서 최소 30분에서 2시간 이상 정전이 지속됐다.
이 구간에는 16개의 염색공장과 13개 도금업체 등이 밀집해 있어 피해가 컸다.
생산라인이 멈추면 원단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염색공정의 특성상, 정전은 염색업체에 큰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최원영 부산녹산패션컬러협동조합 상무이사는 "업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정전으로 생산이 멈춘 제품은 모두 불량이라고 보면 된다"며 "8일 오전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할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산업단지 내 도금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식품업체에서는 정전으로 냉장고 가동이 중단돼 냉장식품에 피해가 발생하고, 다른 업체에서는 기계가동이 멈추는 바람에 일부 직원이 공장 안에 갇혔다가 수동으로 문을 열고 나오기도 했다.
교통 신호등도 한꺼번에 꺼지는 바람에 무정전 전원장치(UPS)가 가동되기까지 수십분간 차량이 뒤엉키며 퇴근길 혼잡이 발생했다.
정전이 되자 소방본부 등으로 정전 원인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한전은 긴급 복구작업에 나서 정전 2시간 20분여만인 오후 7시께 우회송전을 통해 정전지역 대부분에 전력를 공급했다.
소방대원이 지하에 있는 전력구를 점검한 결과, 전선 케이블 6개 중 4개에서 1m가량 불에 탄 자국을 발견했다.
한전은 화재피해가 발생한 전력구를 중심으로 복구작업을 진행중이다.
경찰은 변전소 인근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인근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날아간 샌드위치 패널이 전봇대를 덮쳐 전선이 끊어지는 바람에 전력구 전선에 과부하가 걸려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