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을 찾은 기자에게 한 주민이 한 이야기다. 이 주민은 "이제 아무도 못믿겠다"며 "제발 선거 이슈를 이용해 잠잠한 이곳에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두 후보 모두 가만히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부이촌동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청사진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 의원이 “서부이촌동까지 끼워서 (용산개발이) 너무 커졌는데, 단계별로 점진적으로 해나가면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이에 박 시장은 “그게 가능하겠나”라며 맞불을 놨다.
총 사업비 30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사업’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용산 프로젝트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개발주체 간 갈등 등으로 난항을 겪다 자금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해 3월 전면 백지화됐다. 이 과정에서 생긴 피해자만 수천명이다.
모든 일에 찬반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무산된 개발을 다시 시작하려면 자금 조달계획에서부터 반대 주민 설득방안까지 구체적 대안을 내놓은 후 주민들의 여론을 물어야 한다.
당내 경선에서 이기고 본선에 나가야 확실히 용산개발 계획에 대해 보여주겠다는 정 의원은 이제라도 생각을 고쳐 먹어야 한다. 먼저 구체적인 대안을 보여주는 것이 본선에 확실히 오를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기 서울시장 출마 예정자들은 함부로 용산개발을 들먹이기 전에 지난 2009년 1월20일 발생한 참혹했던 용산 참사의 기억을 한번씩 떠올려 보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