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회장 없는 첫 포스코 회장 선임, 누가 될까?

2013-11-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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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포스코의 시드머니는 일본 식민지배상금, 다시 말해 조상의 혈세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여기가 포스코의 영원한 출발선이오. 또 대기업 최고경영자에겐 상충되는 요소에 균형을 잡아주는 통찰력이 소중한데 사원·주주·지역사회·지식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조정자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 2011년 12월 13일 세상을 떠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전기 ‘세계최고의 철강인 박태준’에 수록돼 있는, 고인이 생전에 밝힌 포스코 최고경영자(CEO)가 가져야 할 자질과 덕목이다.

예상보다 내용은 간단하다. 하지만 이 한마디를 지켜낼 수 있는 후임 CEO를 선임하기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정준양 회장의 뒤를 이어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지난 25일 임시 이사회에서 정 회장의 사임을 수용한 이사회는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심사할 CEO 후보군을 발굴하기 위한 ‘승계 카운슬’을 가동키로 했다.

이사회 의장인 이영선 이사와 한준호 이창희 이사 등 사외이사 3명과 사내 이사 중 김응규 부사장이 참여해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인사들 중에서 1~2배수의 후보를 정리한 뒤 이를 CEO후보추천위에 보고하고 여기서 최종 후보 대상을 선정해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승계 카운슬이 언제부터 가동될지 여부와 향후 후보 선정 일정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내년 3월 1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포스코로서는 선정과정이 길어질 경우 경영공백에 따른 혼란의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포스코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음달 20일경부터 승계 카운슬이 본격적으로 가동돼 내년 1월 중순 경 이사회를 열어 최종 후보를 낙점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종 후보가 선정되면 후보가 회장 권한대행으로 경영일선에 나서게 돼 정 회장은 사실상 자리에서 물러난다.

자체 후보 선정 방법에서 승계 카운슬은 존재했으나 실제로 운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번 후보 선정작업은 포스코의 정신적 지주였던 박 명예회장의 타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만큼 포스코 내부에서 상당히 신중한 자세로 후보 선정을 진행하겠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인은 1992년 10월 2일 포스코 종합 준공식을 마친 후 다음날 자리에서 물러났고, 공식적으로 후임 회장 선임 결정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마지막 선택은 그의 의중에 달렸다. 고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회장 후보를 누구로 선택할지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오는 12월 13일은 박 명예회장이 떠난지 2주년이 되는 해로, 포스코 내부에서는 바람을 막아주던 커다란 지붕을 잃은 현재 회사의 정체성과 무관한 인사가 선정된다면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게 이번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우려는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 하마평에 오른 10여명의 인사들 중 일부가 자신이 차기 회장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고, 정치권이나 청와대에서도 이미 낙점이 끝났다며 절차는 요식 행위일 뿐이라고 떠들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로서는 최대한 자사 출신 전·현직 인사들 중에서 선임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현직 인사들은 회장으로 선임되기에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전직 인사가 다시 컴백한다는 점도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부담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외압을 받아온 포스코는 누가 회장이 와도 사업이 지장을 받는 일은 없지만 포스코 고유의 조직 문화를 흔드는 인사가 회장으로 올 경우 탄탄한 조직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며 “박 명예회장의 말씀처럼 모든 이들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진정한 포스코 회장의 자격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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