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플랫폼…시장지배력 '포털'로 성장
지난달 30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아주뉴스코퍼레이션이 주최한 제5회 GGGF 오찬강연에서 인터넷 포털 등 IT시장을 겨냥한 쓴소리를 던진 바 있다. 혁신의 선점자와 도전자 간의 동태적 경쟁이 중요한 IT 영역 경쟁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혁신적인 플랫폼은 신규 제품·기업의 시장진입 비용을 낮춰 경제 전반의 혁신과 성장 속도를 높이지만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이 커져 혁신보다는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과 공정위의 불편한 마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2007년 공정위는 NHN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의 콘텐츠 영상에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했다. 당시 NHN은 공정위 판단에 불복하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직권조사 이후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서는 등 자진시정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직권조사를 실시한 공정위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대해 5가지 위반 혐의를 포착한 상태다.
최근 공정위는 법 위반행위가 있다고 판단한 심사보고서를 네이버·다음에 통보했으나 이들 포털업체의 선택은 동의의결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동의의결을 받아줄지 여부는 27일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판가름난다. 사건의 성격, 공익 적합성 등에 비춰 동의의결로 처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동의의결을 신청한 포털사의 태도는 어느 정도 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포털 규제 위한 입법?…자율적 규제문화와 역차별 '이중주'
그동안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중소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등 인터넷 골목상권을 황폐화시킨 데 대한 단죄는 공정위 판단에 맡겨졌다. 문제는 국내 시장만 감시하는 공정위의 좁은 식견이 지적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더욱이 국내 포털 업계만 규제법안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구글 등 해외 거대 포털은 규제에서 제외된 체 국내 업체만 역차별에 신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결정은 구글의 자사 서비스 우대에 대해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의 후생을 높인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유럽연합(EU) 당국도 시정방향을 조치하면서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인터넷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규제보다는 개선을 유도하는 게 맞는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IT시장은 외국 사례와 달리 특수성이 짙다. 지난 7월 공정위가 구글의 모바일시장 부당행위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국내 포털과의 형평성 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국내 모바일 검색 점유율이 10~15% 안팎으로 낮아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부 정치권에서는 포털의 거래행위와 관련한 다각적인 규제안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의 추가적인 규제가 국내 포털 생태계에 직·간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대한 규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포털에 대한 직접규제 도입은 사실상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규제 효과나 부작용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들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규제에 발이 묶인 국내 포털시장 입지는 좁아지고 해외 기업은 무임승차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는 인터넷산업 활성화에 역행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자율적 규제문화가 정답이지만, 국내와 해외 기업이 똑같이 적용되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