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순위 100위권 업체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곳은 18개 업체에 달한다. 최근 워크아웃·법정관리를 졸업한 8개사까지 합치면 100대 건설사 중 4분의 1 이상은 한 차례 부도위기를 겪은 셈이다.
지난달 말 경남기업(21위)은 2011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여 만에 워크아웃 '재수'에 들어갔다. 올해 시공순위 16위인 쌍용건설은 거듭된 매각 불발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지난 2월 워크아웃 절차를 밟게 됐다. STX건설과 극동건설은 모그룹의 경영악화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50여년 전인 1962년 당시 도급 한도액 기준 30대 기업 중 21개 건설사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대림산업·경남기업 정도이며, 대림산업만이 법정관리·워크아웃 위기를 겪지 않았다.
건설사의 경영악화 원인에 대해서는 경기침체에 따라 대표 사업인 도급·개발사업의 실패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오현 건산연 연구위원은 "도급사업 시 지속 공사물량 확보를 위해 저가 수주를 감행하면서 적자가 누적돼 부도에 빠지게 될 수 있다"며 "개발사업은 건설사의 역량 부족과 자금조달·시공관리 및 분양·매각 등에 따른 실패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의 SOC 발주 축소에 따른 건설수주 감소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시장 분위기 쇄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설·부동산 규제완화는 공염불에 그친 지 오래다. 정부가 몇 년 전부터 규제완화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치논리에 밀려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부동산 관련 법안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용, 수직증축 리모델링 도입 등 30여개에 이른다. 이들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시장 기대감 형성에 따른 건설경기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회는 여전히 파행을 겪고 있다.
규제는 완화되지 않는 반면 철퇴는 되레 무거워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은 조달청 등으로부터 줄줄이 담합의혹에 따른 입찰제한조치를 받으며 곤란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기관이나 국회 등 어디를 둘러봐도 말로만 건설경기 활성화를 운운할 뿐 실제로는 되레 발목만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사면초가에 처한 건설업계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국가경제 전반이 회복 불가능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